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부부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3

흰 눈이 펑펑 내리는날


BY 별조각 2002-12-29

흰 눈 펑펑 내리는 날에

-별조각-

흰 눈 펑펑 허리춤까지 쌓이면
아이들 서넛 들어갈 무 쇠솥에
고구마 가득 담아
아버지는 장작 불 피우시고 엄마 으깨 가며
고구마엿을 고우신다

들락 달락
정기(부엌) 문지방 쉴 사이 없이
큰놈부터 막둥이까지

엿가락 뚝 잘라지듯 해 길이
반나절이 가고

도톰한 나무 주걱에서 떨어지는
맛 배기라도 보려 안달 복 달 난 자식들

끊임없이 붉게 타오르는 아궁이 속
갈수록 빨라지는 엄마 주걱 젓은 속도에
짙은 갈색 빛 고구마엿이 제 모습을 나타내며

종 재기에 제몫이 나누어지고
항아리 뚜껑 닿아
엄마 비밀창고로 옮겨진다

방바닥은 발바닥 닫기 무섭고
온 식구 한방에 뒹굴뒹굴
윗자리를 찾으려 서로에 눈치작전

하얀 눈 소복소복 내리는
눈 속에 파묻힌 작은 마을
풍요로운 겨울밤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