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가득 짐을 싼다.
지도에도 없는 길을 찾아서
꿰어지지 않는 인연이란 줄을
후미진 골목에 버리고
타인의 눈을 들어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해의 뒷편으로 길을 떠난다.
뒤를 보지 않으리라.
어느해, 그 어느날도
이제는
삼류 연극이 되었고
결코 돌아 오지 않으리라.
눈물로 내린 눈위에 내 발자국을 지우며
다시는
그 약속의 유혹과
악마적 유희는 믿지 않으리라.
깨어진 것은 희망의 노래가 아니고
잃어 버린것은
내 목소리임을
울음 소리마저도
절대로 들리지 않게
비오는 거리에
불현듯 보이던 신기루처럼
타는 가슴의 불꽃을
이젠
잠 재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