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세베
꽃보다 더 고운 색동옷 입고
아버지 손 잡고 친척을 찾아갑니다.
산 모롱일 돌아가면
눈은 하얀데,
한 마을이 온통 친척만 사는지
집집마다 들어가서 머리를 숙입니다.
솜옷을 입고 얌전히 앉은
나보다 더 작은 아일 할배라 하고
파란 대님을 두르고 점잖이 앉은
나보다 더 큰 사람을 조코라 하는,
흙 냄새나는 마을을 생긋생긋 웃고 가면
또 한 마을이 다가옵니다.
산턱에서부터 머릴 숙이면
산 너머까지 머릴 숙여야 하는
온통 친척만 사는 우리 집안은,
한 바퀴 돌고 나면
한 바퀴 돌고 나면
이마엔 송알송알 땀이 맺히고
한 나 절은 언제 저물었는지
돌아오는 길 위엔
하얀 달,
하--얀달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