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만
사남매를 키우다가 힘이 들면
이렇게 말씀 하셨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오늘
나는 울며 따라올지 모르는
아들 몰래,
그 녀석들을 친정 엄마에게 맡겨 놓기 위해
마치 죄 지은 사람 마냥
몰래 집을 빠져 나오며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두 아이를 맡겨놓고
직장에 다니는 나를 일컬어 친구들은
참 독한 엄마라고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한다
그래놓고는 아이들에게는
엄마와의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나는 결혼하면 그냥 집에서 아이를 키울거라고
그러는 기지배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회사에서는 애 엄마라고 무시 당하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죄 지은 사람마냥
아이들 앞에, 남편 앞에,
친정 부모님 앞에 고개를 숙이는가
즐거운 엄마가 되려고,
인생을 가꿀줄 아는 엄마가 되려고,
우리 친정 엄마의 십팔번인
내가 너희들 때문에.. 하는 푸념은 결코 하지 않으려고
오늘 아침,
또 내일 아침
죄 지은 듯 몰래 도망쳐나오는
직장인 주부의 까치발 언저리에도
당당함의 새싹이 자라났으면...
푸르디 푸른 내일이 다져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