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게 묶어진 나의 삶은
한나라를 굴림하는 제왕보다
더 강한 매듭으로 엮어져 있다
나는 왜 강인한척 살아야 하는가?
소나무숲 어딘가에 이름모를
벌레들과 빽빽히 목 내민 들꽃들
그들이 매년 초대장을 보내와도
나는 까맣게 잊어간다
나는 왜 신이난척 살아야 하는가?
머나먼 나라도 아닌
볼수 없는 사람도 아닌
내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눈 먼 장님으로 세월을 보내야 한다
나는 왜 모르는척 살아야 하는가?
가슴에 울리는 사랑의 메아리도
빈 몸 스며드는 황홀한 고백도
오늘의 굴레를 벗어놓지 못해
삶 속에 쓰러져 웃음섞어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