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랑>
해질 녘 산등성이에서 기다리는 희미한 그림자
바람이 불어와 길섶에 풀 한 포기 흔들려
마음 적신다
가녀린 몸이지만
저렇게 온몸을 흔들면서
거센 바람맞고 있는
저 풀 한 포기의 안간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을 위해 온몸은커녕
손가락 밖에 흔들지 않는
이 부박한 관심은 얼마나 가벼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빈손에
빈손에 얹혀져 있는 따스한 체온
자신에게 다가오는 손끝 체온 하나에도
행복에 몸을 떨고 있는 당신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람에 세차게 몸을 흔들고 있는 한 포기 풀처럼
몸 눕혀 나즈막히 다가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