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화
섬진강 은빛 일렁임 따라
눈감고 빠져들면
누이와 늙지 않는 소년
소곤대는 소리, 간지러운 웃음소리
거기 있을 거야
물살의 움직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하얀 눈 비집고 나온 얼레지꽃
그리운 얼굴 떠올리며
거기 있을 거야
야생차나무 사이를 거닐던
소년의 그림자 계곡 물에 어른거리고
콧노래 흥얼대며 차 잎 따던 소녀
흐르는 물에 몸을 씻는 모습
거기 있을 거야
얇은 종이에 들어서
마주 앉으니
구름도 바람도 한가롭게 차 잔에 내려앉고
향긋한 미소 담긴, 한 폭의 그림
거기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