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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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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그를 놓아줄거예요.


BY 그리움하나 2002-04-26


나는 여지껏
깊은잠의 수렁속에 있었네요.

누군가 내게로와
저의 이 깨어나지 못하는 잠을 
흔들어 깨웠어요.

황금빛 들녘에
금빛깔 때깔도 고은 벼들이 하늘거리고
그리움에 사무쳐 잠 못이루던
봄에 계절도 다 가버렸어요.
산들바람 가을이 왔어도 저는 아직 꿈속입니다.
들녘 한가운데 초라히 서있는
저 허수아비와 함께...

참새가 와서 지져겨대도
수물거리는 꽃뱀이 올라타도
황소개구리 꽤~꽤~ 울어대도
그는 애처롭게도 늘 그대로 이군요.

그런 그에게 연민을 느꼈었어요.
내가 그의 바람막이가 되주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군요.
알고보니 그는 만인의 친구였던 거예요.

내 바램이
내 소망이
허되이 되돌아와 망망대로 홀로 서 있네요.
아마도 이 봄 내내
저 혼자만의 착각으로 밤을 지새웠었나 봅니다.

현기증이 나고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이지만
그를 잊고 살아갈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저 혼자의 사랑놀음은 그만 두렵니다.

들리지 않는 메아리는 공허함으로 남아
제 가슴을 치고
제 심장을 파먹어
이제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아요.

이제는 
이제는 정말로
내가 그를 놓으려 합니다.


...02/4/26 이른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