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지껏 깊은잠의 수렁속에 있었네요. 누군가 내게로와 저의 이 깨어나지 못하는 잠을 흔들어 깨웠어요. 황금빛 들녘에 금빛깔 때깔도 고은 벼들이 하늘거리고 그리움에 사무쳐 잠 못이루던 봄에 계절도 다 가버렸어요. 산들바람 가을이 왔어도 저는 아직 꿈속입니다. 들녘 한가운데 초라히 서있는 저 허수아비와 함께... 참새가 와서 지져겨대도 수물거리는 꽃뱀이 올라타도 황소개구리 꽤~꽤~ 울어대도 그는 애처롭게도 늘 그대로 이군요. 그런 그에게 연민을 느꼈었어요. 내가 그의 바람막이가 되주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군요. 알고보니 그는 만인의 친구였던 거예요. 내 바램이 내 소망이 허되이 되돌아와 망망대로 홀로 서 있네요. 아마도 이 봄 내내 저 혼자만의 착각으로 밤을 지새웠었나 봅니다. 현기증이 나고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이지만 그를 잊고 살아갈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저 혼자의 사랑놀음은 그만 두렵니다. 들리지 않는 메아리는 공허함으로 남아 제 가슴을 치고 제 심장을 파먹어 이제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아요. 이제는 이제는 정말로 내가 그를 놓으려 합니다. ...02/4/26 이른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