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가지 여린 흔들림도 없었다
숨죽여 드러누운 짐승한마리,
대지는 미동도 하질 않았다
그랬는데,
어느 하루,
내 안으로 물길이 열리더니
생명이 흘렀다.
보오얀 솜털이 다시 돋고
아슴한 기억들은 눈이 열리어
꽃이 되었다.
봄꽃이 되어 다시 돌아온
푸르른 나의 것들.
마른 땅, 구석진 어느 틈서리에서
햇살 더듬으며 몸서리치더니
내 안에 돌아와
푸른 물길보다도 더 질긴 것,
지나간 계절, 어느 막다른 골목길에서
벼린 칼로 잘라내 버린
또다시 그 질긴 것, 그리움이 되었다
천년의 시간 속을 헤메이듯
너의 혈관속을 돌고 돌아서
어느 기항지에서 우리는 닻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