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오랜 페이지 뒷쪽으로
생각을 넘깁니다
햇살을 등지고 서 있던
첫사랑과 만나지고
비오는 새벽
무작정 뛰쳐 나와
불이 꺼진
이별한 연인의 창문 밖에서
오래도록 서 있었던
젖은 내 모습과도 만나 집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힘들어 할때
누군가 했던 말도 들립니다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잊혀 진다고
그렇게
의심스럽게 세월을 믿으며
세월을 탓하며 살아 가던
내 모습과도 만납니다
기억의 더 오랜 페이지
가슴에 늘 책을 끌어 안고 다니던
푸른 눈빛으로 꿈꾸던 소녀
암울했던 밤들과
백지와
사각거리는 팬의 속삭임
그리고 제자리
나는 다시
세월을 믿으며 살아 가려합니다
세월은
사람을 속이지 않음을
오랜 경험으로 알기에
잊혀 지지는 않지만
무뎌지고
가물거리게 하고
희미한 웃음으로
그리움까지 만들어 준다는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