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긴머리 풀어 한 올로 먼 산 그리는 저물녘.
그 오랜 뒤
체온과 피를 남기고
한 번쯤은 뒤돌아봐줘도 좋을 슬픈 영혼이
뚬-벙 뚬-벙 눈물 흘리며 빠져 나간 자리
도끼 날에 심장 패인 장작처럼 몸뚱이가 널부러져 있다.
소복입은 자들만이 노니는 황망한 시간에.
신께서 명한 검은 계단.
그 존재를 어린 머리로 하나,둘,셋 헤아리고 있다.
수없이 많은 계단을 다 세지 못하고 문득
눈을 들어 올려다 본 그 끝은
뱀꼬리처럼 유연하며 멀다.
어린 시절.
불지핀 아궁이 주위로 게으르게 피어 오르던 연기
반듯이 괸 돌들을 돌아 온기를 전하던 그 아릿함으로
오히려 신비스런 그 곳.
몽롱한 가운데 초침처럼 바쁘게 살다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추상같다
너는 왜 가끔씩 쌈닭이 되느냐?
그 건 제 탓이 아니예요.
쏟아져 내린 머리와 등줄기로 열토하는 삼복더위의 기운이 확 끼친다
가슴을 묶고 있는 쇠사슬.
그 녹슨 고리고리마다 누추한 변명만 늘어가는데
그건 이내 눈물에 묻혀 버린다.
어느 덧
내 등을 토닥이는 그 분에게서 잔잔히 배어나오는 흙냄새,바람냄새.
이 곳에서 인생이 시작되나요?
저기 아무렇게나 뒹구는 몸뚱이가 저 인가요?
때로는 세월더러 저 혼자 흘러가라고 말하렴.
내 어깨를 가만히 쓸어 내리는 그 분의 손이 무게도 부피도 없이
실핏줄 그대로 말라버린 낙엽같다고 느꼈을때
무엇인지 감당못할 사연에 치어 성급히 강을 건너신
아버지의 뒷모습이 점점이 부서져갔다.
손을 뻗어 허공을 움키니 갖가지 사연들이 잘 갈린 모래마냥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흘러 내린다.
닭부리로 쪼아대듯 욱신거리는 눈의 통증.
살결따라 저미는 사지의 고통을 추스리고
쫓기듯 일어나 앉은 차가운 바닥에
반가이 쏟아져 내리는 희망의 은빛 칼날들.
조금전 헛헛한 가슴을 스치고 간 햇살이
내 곤한 전신을 따스하게 안으며
또다른 날을 재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