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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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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그리며...


BY 개망초꽃 2002-01-20

 
 언제나 난 혼자였어.   
화판을 들고 빨강 가방을 매고 국민학교를 가던 길엔
미루나무가 곧게 서서 혼자 걷는 나를 내려다 보았거든.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아사사삭"소리를 지르곤 했어.

붉은 자주색 주름 치마가 뒤집어 질려고 해서

화판으로 바람을 막으며 걷던 길은

미루나무가 두 줄로 나란히 서서는 나를 내려다 보곤 했어.


중학교 때도 난 혼자였어.

장충동 부잣집 골목을 질러서 가던 길는 언덕배기였어.

단발머리에 커다란 검정 교복을 삼년내내 입어서

앞서 걸어가는 친구들 엉덩이 부분이 반질반질했거든.

높다란 부잣집 담장 밖으로

라일락이 피고 장미꽃이 낭창거리고

가을을 곱게 맞은 단풍잎이 보였어.


고등학교 때는 혼자는 아니였어.

네명이서 친하게 지냈거든

채력장을 하던 운동장엔 등나무꽃이 늘어지고

한 그루 있던 해당화꽃을 혼자서 바라볼 때가 많았어.

사춘기였거든...

괜히 눈물이 고이고 괜히 웃음이 나오고

공부는 뒷전이고 산문과 시를 썼었어.

은행나무가 물이 들고

감나무잎이 뚝뚝 털어질 땐

"사색은..."으로 시작하는 글을 빽빽하게 썼었어.

겉 표지가 까만 비니루로 싸여 있던 공책이였거든

그 공책은 어디로 갔는지 남아 있지 않지만..

그리워..

학창시절의 친구와 나무들이...

친구들이 늙었듯이 나무들도 늙어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