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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오르며


BY 발자국 2001-12-18

나를 지탱하는 등뼈보다도 긴 배낭을 메고
울음 토해 얼어버린 계곡을 돌아
산 속으로 속으로 지리산을 오른다.

아래로 흐르는 산기운을 거슬러
허위적허위적 산등 밟아 올라 온 낡은 산장엔
덥수룩한 산사네만이 밥물을 끓이고 있다.

산바람에 이파리 모조리 떨군 나목
힘겹게 이고 선 눈이 바람을 차고 엉기어
바람결 모양의 눈꽃이 피었다.
부서져 날리는 얼음꽃가루
사방이 눈.천.지.

사람들 발길에 닳고 닳아 바위는 찬 이마를 빛내고
시린 눈 번쩍들어 위를 보니
아!
이 곳이 하늘과 가장 가까운 봉우리구나.
키 작은 봉우리들 머리 위로 껑충 구름 띄워 올리고
내가 선 키 큰 봉우리향해 산안개에 젖은 손
반가이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