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박박머리에
내가 단발머리였던 시절.
네가 검은교복에
나역시 검은 교복을 입던 시절.
가장먼저 등교하는것이 너란걸 안 후부터
무던히 많이 아침을 굶고
무지 많은 땀을 쏟으며 학교로 뛰었어.
씩씩거리는 가쁜숨을 몰래 삼키며
살며시 내 자리에 앉으면
너는 인기척에 돌아보곤 알지못할 웃음만 씩~ 날렸지.
그것으로 그날 하루는
선생님의 얼굴이 모두 네얼굴이 되고
책속의 모든 글자가 네 이름이 되고
노래하는 음악시간이 너를 위한 멜로디 였지.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또 아침마다 늦을까 아침을 굶고
또 씩씩거리며 책가방을 들고 뛰었지.
왜냐고?
어느 누구도 너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주고싶지 않기 때문이었지.
그로부터 20년이 훨씬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꿈을 꾸곤해.
잠이깨면 난 흠뻑 젖었지
너를 보기위해
난또 무지 달렸던거야.
넌 아직도 그때 그 까까머리의 모습으로
나를보며 씩 웃었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