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너의 마을에
나의 집을 짓고
마당에는 우물을 파고
꽃나무도 심으며
그렇게 살아가려 들어섰는데
보이는 것은 좁은 하늘 뿐으로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아득하여
맨발로 해안까지 뛰어나와
더 너른 세상을 향해 돛을 올렸지만
얼마 못가 시작된
어지럼과 울렁증에 뒤돌아보니
그래도 머물렀던 그 자리가 새삼스럽구나
너를 떠나온 후
이제서야 네가 보이는 것이
나의 캄캄함 때문이겠지만
돌아가기 위해 돛을 올리는 나를
외면치 말아주기 바라며
힘껏 뱃머리를 돌린다.
시집 < 며칠 더 사랑하리 : 집사재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