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센터 폭발사건
변이를 시도했지
내 살을 좀 부풀렸어
자본의 씨 아랫배에 묻고 비료를 주었지
처음엔 생리통처럼
조금씩 아프다가
다음부터는 알아서 크더라
시퍼런 넝쿨
SF영화의 외계인 토해내는
무지하게 큰 잎사귀
죽죽 뻗어
혈관과 신경 쑤셔대더니
목구멍 뚫고 나와 하늘을 본다
퍼런 촉수 회색 뇌를 건드려
물려받은 DNA마저 변이 되었다
모두들 알고 있다
이미 내가 아니라는 것을
하늘아래 그것은 천하무적
숲은 잠식당한다.
개미도
메뚜기도
귀뚜라미도 숨을 죽이고
혈관같은 줄기에 제살 닿지 않으려고 조심
숲은 조심조심
시퍼런 잎사귀 스르르
비단뱀처럼 숲을 감는다
벌레들도 감긴다
소나무도 감긴다
메뚜기는 두 눈감고
땅속에서 제살 쪼며 3일 밤낮을 생각하다가
치명적인 금잔화 주황 꽃잎 따 물고
시퍼런 가을 하늘 비상하고는
넝쿨의 살 속으로
뿌리 속 생장점에 추락한다
하늘 가린 퍼런 잎사귀
외계인 토해대던 대왕 꽃잎
땅 아래로 추락한다
아-얏
비명 한마디 지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다
맥없이 주저앉는다
철...푸...덕.
200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