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시력이 좋지 않은 제게 쇠간을 먹으면 좋을세라 울 엄마 새벽에
마장동 우 시장에 다녀오셨습니다.
하지만....
원래 비위가 약한 전 이걸 먹을 생각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디안 밥 1봉지와 물 한 대접 떠놓고 ......
하얀 접시에 축 널부러진 쇠간덩어리.
보기만 해도 인상이 찌뿌려 집니다.
쇠간 한 덩어리 들고 입에 넣으려다 말고 ....우선 인디안 밥 한 주먹
우격우격 입에 쑤셔 넣습니다.
그리고 물 한 대접들고 벌컥벌컥 마시고.....그 다음 그놈의 쇠간을
먹으려 시도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애궂은 인디안 밥만 축내고 있습니다.
" 따르릉..."
엄마 찾는 전?니다.
오메....구세주가 따로 없네...
속으로 궤제를 부르는 줄도 모르고 울엄마 " 그럼 먹어라 " 하시곤
대문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 와...."
이걸 어케 먹남!!
난 쇠간 접시를 창문 밖으로 냅다 던져 버렸죠.
참 이상한 일입니다.
" 깨갱 개갱 "
창문 밖에서 우리집 강아지 순돌이가 뭔가 애쓰며 우짖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전 내 일이 아니다 싶어 그냥 무시해 버립니다.
그리곤 방바닥에 벌렁 누워 낮잠을 잤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울 엄마 오시는 소리에 깨었습니다.
" 잘 먹었냐?"
" 암요."
너무 기특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울 엄마.
포상으로 용돈도 받았습니다.
양심은 찔렸지만 눈 찔끔 감고 ........
그리구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험악한 목소리로 울엄마께서 절 찾는 소리가 들립니다.
냉큼 달려가 보니 .....아뿔싸......
순돌이 귀 사이에 척 눌러 붙은 쇠간덩어리를 가르키며....
" 아니 다 먹었다던 쇠간이 왜 여기 붙어있냐? "
크.....이럴수가....
아니 그럼 아까 목숨걸고 깨갱거리며 순돌이가 울던 이유가 귀 사이에
붙은 쇠간 덩어리 때문이었다니........난
모든걸 체념하고 포상으로 받은 용돈도 반납한 체 ......
꾸중 들을 체비를 합니다.
맘속에선 아까 진즉 순돌이 사정을 봐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그 이후 깨 달은 교훈하나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어려움이 있어보이면 챙겨 주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겐 먹기 싫다는 음식 억지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 이후 그 웬수 같은 쇠간은 지금도 못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