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밤이 살아있는 도시와는 달리
인적 없는 이 깊은 산속은
밤도 일찍 죽어 버린다
그 속에 가만히 그녀의 젖 냄새가 난다
오래도록 묻어 왔던 옛 기억이 떠오르고
겨울의 벼랑 끝에선 봄이 간절히도 부르는데
오늘은 그녀의 소식이 없다
나 일까 자신일까
그녀를 돌보지않는 것은
왼손엔 칼이 가슴속엔 꽃이 있다
왼손의 칼을 내리쳐도 가슴속의 꽃은 꺾을 수 없다
짙은 밤 앞에 하얀 담배연기가
우리의 그것들을 그려내고 있다
바람에 흐느적흐느적 거리며
밤이 짙다는 것 외에
내게 내려진 결론은 아무것도 없다
k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