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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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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봄 날


BY 별바다 2001-04-25

이렇게 스르르
겨울의 빗장이 풀리는 봄날에는
오랫동안 소식 없던 고향친구를 만났으면 좋겠다.

우연인 듯 설핏 스쳐도 우리는 알 수 있어---

생각나니, 친구야!

그 옛날 함께 한 아름다운 날들이
오색의 끈이 되어 우리를 한테 묶었으니
세월조차 삭이지 못한 질긴 인연인걸...

고향마을 한 가운데 우람하게 서있던
해 묵은 느티나무 투박한 껍질 속에서도
이맘때쯤은 앙증맞은 새순이 움트고

튼실한 복숭아나무 물오른 가지마다
몽글몽글 매달린 수줍은 꽃봉오리들
우리들 젖 봉오리도 함께 맺혔지, 아마...

뒷동산 양지바른 누군가의 무덤 가는
너와 내가 팔베개하고 누워 하늘을 날며
무지개빛 꿈을 꾸던 환상의 무대였었는데...

동네 앞 실개천 비스듬한 양 둔덕엔
향기로운 쑥이랑 소리쟁이가 지천이었고,
달래랑 냉이는 아지랑이처럼 들판에 깔렸었지.

그 봄에 불던 짓궂은 꽃샘바람---
애꿎은 다홍치마자락만 펄럭였었지.

이렇게 햇살이
야속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봄날에는
그리운 고향 옛 동산에서
진달래 빛 추억 한 조각 만났으면 참 좋겠다.


-----2001년 春三月, 별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