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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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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내며


BY 임진희 2001-04-06

이제 당신은 우리 형제 곁을

떠났습니다.

일기 예보에 오전에 약간 비를

뿌린다 하여 백속에 접는 우산

준비해 넣고 아침 일찍 당신을

배웅 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신의 일생은


참으로 굴곡 많은 인생 이지만

오직 시절을 잘못 만난 탓으로

돌리고 한번도 남편을 원망 하는

소리를 동생들은 듣지 못했습니다

고비를 넘기면서도 일본 유학까지

마친 남편이 생활의 책임을 질수

없어도 당신은 내색 하지 않고

머리에 생선을 담고 동네마다

다니시다가 어느집 개에게

발목을 물리시기도 했다는 말을

어려서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친정에 올때마다 엄마가 가슴 아파

하시는 모습을 본 기억도 있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육남매는

모두들 잘 커서 제 갈길을 갈수

있게 된점도 모두 당신의 따뜻한

심성이 이루어낸 것이겠지요

세 아들은 공장을 운영하고

막내 아들은 행시에 합격 해서

지금은 부 이사관이 되었다고

얼마전까지 제게 자랑을 하셨지요

부모 마음은 자식사랑 할때가

제일 행복 하다지요

이제 저도 그 심정을 조금은 알것도

같습니다. 다만 아직도 당신과

다른점은 제 눈에는 남편의 흉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지요

어젯밤 당신이 운명 하기 직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이미 혼수상태 이셨던 당신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지만 마치

제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무셨지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젠

아무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 순간 당신은 의식 없던 모습에

약간 입을 다무시며 알았다는듯

움직이셨지요

조카들이 돌아가시라고 해서

집에 돌아오는 순간 운명 하셨다지요

큰 언니라 해도 나이 차이가 많아

엄마 같던 언니였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아 뵙지 못하고

오늘 비로소 가슴 아픈 눈물이

찬송가 소리에 묻혔습니다

외아들 며느리 노릇 하시느라

힘든 신혼을 보내시고 편하게

사시던 생활이 중년에 어려움을

겪으시고 이젠 자식들도 다 잘

풀려서 노후엔 안락한 생활을

하셨지만 하느님 부름을 받고

길을 떠나셨지요

권사인 언니지만 저는 시댁이

불교를 믿어 언제나 언니의

권유를 받아 들이지 못했지요

그렇다고 불교 신자도 못 되면서..

돌아 오는 길에 원래 칠남매는

미국에 있는 언니를 빼고 사형제만

남았지요 다른 분들은 함께 교회

분들과 가시고 우리 형제는 포천에서

목욕을 하고 저녁까지 먹고 함께

버스 타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 왔지요

왠지 그냥 헤여지기 싫어서 였지요

팔십을 사셨어도 아쉬움은 그대로

남고 남아 있는 형제가 애틋함으로

다가 오더군요

만나면 헤여지는것이 당연 할진대

공원묘지에 남겨 놓고 돌아서는

발길은 무언가를 생각 하게 하고

이젠 틈을 내서라도 자주 자주

형제를 만나야 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친구는 매달 만나도 형제는 무슨 때나

돼야 얼굴을 마주 했지요

뭐가 그리 바쁜지 자식 일을 한답시고

잊고 살았고 ..

작은 돛단배와 같다는 우리의 인생길을

다시 한번 소중하게 생각 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형제를 만나기로

제 자신에게 다짐을 했습니다

이제 모든 근심 놓으시고 부디

편안 하시기를 바라며 막내가

뒤늦은 후회의 마음을 올림니다

언니 고생 많으셨어요...

먼저 가신 큰 오빠도 만나시겠지요

남은 형제는 언제까지나 당신의

마음을 잊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