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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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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앉았다


BY poem9126 2001-04-03

쓰다 버린 칫솔로 화장실 벽을 닦는다 평양 옥류관
목동2호점 한시간 기다린 냉면으로 나와 아이를
달랬다 생각한 남편은 바늘처럼 따가운 백열등 아래
오늘도 도면을 그린다 열 감기로 보채는 아이를 재우고
화장실 벽을 칫솔로 닦는다 거대한 발전소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는 남편을 위해 영지물을 끓이며,
을지로 백병원 입원실 시아버님께 가는 2호선 지하철 안에서도,
이제 말하기 시작하는 아이를 때려 낮잠을 재우며
책읽기를 꿈꾸는 시간에도 잊은 적 없다 이십평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잠시 시를 잊은 적 있다 밤마다 화장실 벽을
닦는 손 차라리 문드러져라 먼지 쌓인 시집들이
구름같은 풍경으로 남은 이십평 아파트엔
외로운 것과 그리운 것,

소파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