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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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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슬픔이 묻어오나 보다


BY kate 2000-10-09

울타리를 휘돌아
가랑잎을 비질하는 추풍에도
슬픔은 고인다

지난 여름
그리도 붐비던 등나무 밑
비어있는 윤기잃은 벤치에도
슬픔은 묻어난다

커지지도 못하고
쪼그라들기까지하는 모과나무 가지마다
슬픔이 달려있다

아직 광기는 아니라도
정열이 남아있을 시간인데
미명만을 비추는 태양에도
슬픔은 비친다

금새 내려앉는 어둠에
길어지다 사라지는 그림자에
슬픔이 녹아든다

어디서 펑펑 흐느끼다 왔는지
고개숙여 휘청거리는
술취하고 젖은 눈의
왜소한 백발의 등줄기에
슬픔이 내린다

못내 말 못하는 가슴앓이를
쓸어 내려야하는 이 가을엔
슬픔이 묻어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