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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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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억


BY 까미 2000-09-15

가을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외로움 떨쳐 버리고 싶어서

가을이면
별이 까맣게 익는 밤에
기차를 타고
먼 남쪽 바다로 간다.

덜컹이는 기차에
나의 방랑벽과 외로움을 싣고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
내 외로움이 서러워 울음을 운다

희뿌연 새벽을 가르고
기차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멈추어 서면
밤 새 빛 바랜 외로움을 들고
나도 멈춘다

허연 새벽안개가
낮선 도시의 바람이
낮설은 언어가
낮설은 풍경이

두려워

막막함으로
개찰구를 나와 멍하니 서서

어디로 가지?
어디로 깔까?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안내를 자청한다.

갈대가 흐드러진 영산강의 아침과
조각같은 유달산의 투명함과
투명하고 맑은 푸른 하늘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그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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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목포 역에서
친절하게 관광 안내를 해주고 한끼의 식사와 차 한잔도
거절하고 총총히 사라진 마음 따뜻한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늘 가을이 되면 유달산의 조각같은 바위와 푸른 하늘과 영산강의 그 갈대를 생각하며 더불어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답니다. 벌써 십년이 넘은 이야기네요.
지금도 밤차를 타고 그곳에 가면 그 할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