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보낸 나를 용서해라 ***
잃어버린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도리질에 할애하는 외침으로 정리해 둔 유품만이
내 얼굴을
더듬어 내리고
흔한 유언조차 없던 그대 마지막은,
이불 속에
세상을 모두 묻고 소리 질러 봐도
내가 마주하는 건, 언제나 느낄 수 없는 그대
몇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다
지친 공간 밀어내며 젖은 꿈에 질펀한 눈을 비비면
흐르는 식은 땀 속에서
내 곁을 지키는 건,
주접스럽게 날 비웃고 있는 소주병
그대 기다리는 차가운 베개만이
내 바램을 져 버려, 나
혼자임을 되새긴다
귓가에 속삭이는 새벽은 갔다
그 버거움에
햇살 들이쉬고 아침에 입맞추리
단풍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찬란한 작은 잎을 끌어 안고
아름다운 자태 스스로 으스대며
붉게, 붉게
방어할 줄 아는
단풍나무로 물들고 싶었다
그대 있어 내 인생은 천상의 눈부심으로 빛날 수 있었지만,
그대 있어 내 인생은
버려진 장작처럼 초라할 수도 있나 보다
그대 항상 내 마음 알았지만
한 번도
내 마음 헤아리지 않았다
잘 살아…!
한 마디 없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홀로 훌쩍 떠나갔다
떠나는 그대
잡을 수가 없었다,
무너진 가슴에 가려진 아픔이 지독하게 애원했지만
내 힘으로는
떠나는 그대 잡을 수가 없었다
그대 보낸 나를 용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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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눈빛조차 남기지 못했습니다.
무표정하게 반쯤 열린 동공엔 미련조차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식어 가는 시신 앞에서 나는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너무 우습지 않나요? 인간인 그가 불현듯 눈을 감고 힘없이 떠나 버릴 수 있다는 게.
이제서야 나는 그를 잡았어야 했다고 발버둥칩니다, 그를 잡기엔 이미 늦어버린 지금.
내가 어리석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