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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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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주세요...


BY 섬.. 2000-09-11


* 화초 키우기(자작시)

막막한 뿌리에서 네가 싹 틀 때,
겁많은 기쁨이 왔었다.
아파트 상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언제나 조금쯤 기우뚱해서
나무를 키우기에는 불안하다고
나는 자잘한 즐거움이 해사한
화분에 담긴 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늘진 시멘트 바닥 위에서 빨리 시들고
분무기의 연한 물안개에도 쉽게 일어서는
너희들을 바라보며
나의 하늘은 사각형 생활 속에서
잠시 흐리고
또 잠시 개였다.
문닫고 들어앉은 하늘 아래,
생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여자는 꽃잎처럼 바래가는데
아이들은 무서운 나무처럼 자라고
다른 식구들은 아파트 밖으로 나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어제는 채송화 꽃이 환하고
오늘은 옥잠화가 시들었다.
빨리 자라나는 세상이 조금쯤
더 기울어졌다.


아지트...시의 나라..꿈꾸는 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