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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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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노래


BY 김외선 2000-09-08

삶은감자 한 대접 담아 마루 귀퉁이에 식혀놓고
어머니와 함께 나란히 누웠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푸른 가을 하늘을 본지
얼마나 오래 돼었는지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진동답 서마지기 살 때, 사연도많고 탈도
많았다던 이야기

낫으로 풀베고 삽으로 논둑 다듬고
서로 잘난 농사꾼이라 고집 피우다
아버지와 많이도 다투셨다는 진동답 서마지기

모심고 타작한다고 우리 사남매 제대로
못먹이고 못입혔던 것이
이레 좋은세상 살면서도
지금도 당신 가슴엔 이만한 돌덩이가 무겁게 걸려 있다고
돌아누워 눈물 훔치시는 어머니

올해 6학년 8반이신 내어머니
이제 힘겨워서 논도 밭도 더는 하지 못하겠다고
어제까지 충성을 바쳐온 내논과 밭들을
남에게 넘긴다 하니 섭섭고도 설버 하십니다

마루위에 삶은감자 대접엔 엿가락만한
두줄기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어느새 어머니는 점점 코골기에 전념하고 맙니다.

돌아누운 어머니의 등을 보며
나는 오늘에야 내가 죄인임을 느껴 봅니다

곱사등같이 굽은 허리를 몇번이나 주물러 드렸는지
왜 곱사등같이 굽을 수 밖에 없었는가를 나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에야 후회 합니다
어머니가 뒤척일때마다 부시럭 거린다고 짜증을 내던일
코를 많이 곤다고 핀잔을 주었던 일들이...

그러나 나는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고부라진 허리 땜에 반듯하게 눕지를 못해 그랬다는 것을요
기관지가 좋지않아 호흡하기가 힘이들어 코를 골 수밖에 없었다는것을요

당신이 늘 하시던 이야기 하나 있지요
"내가 너거만 할 때 얼매나 고왔는지..."

그러나 고왔다는 그흔적은 지금 잠드신 당신 이마위에
가을해살이 담겨져 당신의 고왔던 얼굴은 간데가 없고
성숙한 이가을처럼 어머니의 자태만 더리워져 있습니다

막내딸 시집 보내시고 홀로 텅빈 큰 집에서
오늘도 '동백아가씨'를 부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셨던 어머니
"언제 내청춘이 다갔노" 하시던 어머니
그래요 나는 어머니가 6학년 8반이 되고서야
'동백아가씨'도 세월따라 가는구나를 느꼈습니다

5층아파트에서 올려다 보는 맑고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자꾸만 모양을 만듭니다
지금도 부르고 있을 어머니의 '동백아가씨'가 저 넓고
푸른 가을하늘에 하얀 구름처럼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