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가에서-
하이얀 모래 위에
내 몸을 누이고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다 본다
모래 알 만큼이나
수많은 사연들
흘러가는 구름에
상상의 편지를 띄운다
파도에 쓸려 간
넓은 모래밭에 나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그려본다
글씨를 써 본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영원히 사랑해요"
"당신은 내 마음 알아?"
길다란 밧줄에 매여
출렁거리는
물결을 타고
임자 없이 떠 있는
조그만 고깃배는
인생사에 허덕이는
내 마음 같아라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상념에 젖으면
찰싹이는 파도 소리
귓전에 맴돌고
갈매기 구슬픈 노래
가슴을 두드린다
내 마음 바다위에
배 띄워 놓고
이런 일 저런 일
생각에 잠겨 본다
그리운 얼굴들을
그리어 본다
파도야
내 가슴 깊은 곳에
말못한 사연을
씻어 가 주렴
갈매기야
내가 불러야 할
슬픈 노래를
네가 대신 불러 주렴
저 멀리 수평선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
그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근심 걱정 전혀 없는
그곳으로 가고파라
사랑하는 사람과
모래성도 쌓고
소꼽장난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살고파라
격포 상록해수욕장에서
2000년 8월 18일
- 꿈꾸는 집시- "최성열"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