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버지 따라 고추밭 누비면
다래끼 옆구리에 차고,
허리가 끊어 질까봐
걱정하던 때가 생각난다.
주홍빛 햇살 받아 이고랑 저고랑
헤치고 다닐라치면. 고추가쟁이 떨어질세라.
그만하고 그늘에 가서 쉬라고 하시던 그 가을
고추찌는 냄새 가득 담긴 시골집 마당엔,
풍성한 가을의 그리움이 허기짐을 꽉 채웠다.
수줍은 태양 너머로 그 옛날 허리 구부려
고추 따시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이제야 느낀다.
세상밖으로 떠난 마음이 언젠가 잊어 버렸던
쓰라린 그리움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