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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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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두마리


BY 박현식 2000-07-06


청어 두 마리

덕수 영감은 오늘 읍내로 가셨다
面議員 노릇 끝내고서는 읍내 출입이 뜸하셨지
한달에 두세번 정도 일까
향교에 볼일 있으시거나 이웃마을 문중일에 청 이라도 받을 적시면
차림하고 집 나서셨지

오늘은 무슨 일이신지
연락 온곳 없었는데
오늘은 장날인데
장터에 무슨 보실 일이라도 있으시던가
흔한 날장 장 한번 보시지 않으셨는데

아무말씀 남겨 놓지 않으시고 휑하니 나가신다
읍내 가시면 아들있는 면사무소 들러
면장님 만났을테고
몇몇 술친구 만나 예전에 자주 가셨던 아무개 기생집 찾았을테고

오늘은 마중 내 보낼 아이들도 없어
해걸음엔 밭일도 못하고 말았지
해질녁엔 오시겠지

동네 우물가에 앉아
덕수 영감 기다린다
『아이고 내곡댁이 우째된기고』
『우째 되기는 뭐가 우째?榮?말이요』
『오늘 능동 샌님이 읍내장에 계시데』
『아버님이 장에 성님이 보았등교』
『고기전에서 자반 사는 것 같더라 샌님이 우짠 일이고』
『나도 모르것소 성님』

그래 이거야 말로 어쩐 일인가 싶다
참 모를 일이다
짐작대로 해걸음이 되어서야 영감은 돌아 오셨다
짚 새끼에 청어 두 마리 끼어 들고 오셨다
아무 말없이 정지 문앞에 내려 놓으시곤 사랑채로 가셨지

옷갈아 입으시고 벋은 바지 들고서는
얼굴이 우르락 푸르락 하시면서 벋으신 바지 홱 내던지고는
청어 집어들고 마당에 내 동댕이 치신다
『아버님께서 사온건데 와 그라십니꺼 예』
『이놈의 청어가 옷을 다 버렸다 아이가』
그러고선 다시 사랑채로 냉큼 들어 가셨다
바지춤엔 청어 핏물이 붉게 물들어 있었지

십리길 걸어 오시자면 청어는 바지춤에 수없이 닿았겠지
그걸 왜 모르셨든가
그게 청어 탓 이든가 영감 잘못이지
그러게 장에 자주 다녀 고기도 사 보셨으면 아셨을 텐데
어쩌다 고기 한번 사오셨나 했지
그나마 반쯤 썩은 고기

저녁엔 청어 한마린 내 증조 할머님 밥상에
나머지 한마린 덕수 영감 밥상에 구워 올렸지
덕수 영감은 젓가락 한번 대어 보지 않고 그대로 물리셨다
그 청어 내가 다 먹어 치웠단다

그날 이후부터 우리집 밥상엔 청어는 올라오지 못했다
덕수 영감 성화로

칠월 초 닷세날

言 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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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청어구이를 먹으면서 한 내 할아버님 생각으로
이 이야기는 내 어머님께서 들려 주셨다 내 어릴적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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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守는 내 할아버님의 字 이시며 諱는 英鎬 이시고 號는 竹軒 이셨다
내곡댁은 내 어머님을 두고 부르는 宅號며 능동은 할머님의 宅號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