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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다


BY 어금니 2000-05-02

노란색 패스포트 한장만큼의 자유를 가지고 지하철을 타다.
전철은 공간을 뚫어놓은 긴 터널속으로 여행을 하고
나는 문가의 작은 틈바귀에 서있다.

손잡이에 매달린 넥타이 비틀어진 셀러리맨과
라면가닥보다 더 복잡하게 머리를 꼬아놓은 전업주부가
보채며 달래며 싸우는 동안에도 전철은 시간위를 달리고 있다.

도시의 건너편에 늘어선 레몬빛 나트륨등엔 노을보다
선명한 등불들이 밝혀지고
사람들이 그림자는 자꾸만 길어진다.

일상이라는 굴레바퀴를 인쇄체로 옮겨놓은 까만글자 빼곡한
석간신문을 펼쳐들고 창가에 기대선 나!!!

전철은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달린다.
전철은 그렇게 어둠속으로 그렇게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