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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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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BY 라떼향 2019-04-22

토요일 재수학원에서 수업이 일찍 끝나고 나의 수학선생(?)이던 친구와 광화문을 걸었다.
잔잔한 4월의 바람이 콧등을 스칠때면 몸이 가볍게 떨렸다.
분명 바람 때문은 아닐텐데...
가슴도 콩당콩당 뛰며 나의 얼굴이, 발개지는 나의 얼굴이 옆에 있는 친구에게 들낄까봐 쳐다보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걸었다.
광화문 종합청사 앞에는 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어 데이트하는 남,녀나 친구들이 어울려 소곤소곤하는
더러 눈에 보였고, 우리들도 빈 의자에 앉아 하늘과 바람과 별을 음미하며 노래를 불렀다.
친구는 나에게 노래를 들려준다며 독일노래를 불렀는데 난 생소했다.
그러고는 종이한장을 나에게 조심스레 건넸다.
펼쳐보려다가 가방에 넣었다. 지금 펼져보는 것 보단 이따가 집에가서 나혼자 보고 싶었다.
친구가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난 손을 살짝 뿌리치며 자리에서일어났다.
"이젠 늦었으니 집에 가야겠다."
얼떨결에 친구도 일어나서 내옆에 섰다.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진짜 순수하고 착한 친구인가보네.
얼굴만 착하게 생긴게 아니라 속마음까지 착한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싱끗 웃어주니
친구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찌할줄 몰랐다.
광화문에서 들리는 차들의 소음도 밝고 아름답게 들렸다. 행진곡처럼 내귀엔 경쾌했다.
집으로 가는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종이에 어떤 말이 쓰여있을까 궁금해서 펼쳐보려다
버스에서 펼쳐보기엔 남의 시선 때문에 종이만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가방을 닫았다.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종이을 펼쳤다.
ich liebe dich(이히 리베 디치) 이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다시 종이를 곱게접어 가방에 넣고 다음날을 기다렸다.
잠이 잘 오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