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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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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BY 라떼향 2019-03-21

참 가난한 집이었다.
단칸방에서 아니 다락방이 하나 달린 방에서 살기가 넉넉치 않았다.
엄마는 새마을운동으로 벽돌 나르기로 한푼이라도 가사에 도움이 되려고 하셨고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여기저기 일감만 있으면 무작정 일을 하셨다.
집은 아버지 명의로 된 집주인이지만 우린 가난해서 안 채도 나중엔 점을 봐주는
무당 할머니께 전세로 내주고
맨 끝에 있는 작은방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었다.
세끼 식사중에 한끼는 수제비를 먹어야했다.
난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되는데 입학금이 없었다.
다섯명의 자식들 입에 먹이를 주려는 엄마의 마음은 아팠다.
건너 동네에 사시는 큰아버지가 오셨다.
하얀봉투엔 나의 입학금이 숨어있었다.
나도 이젠 고등학생이 되는구나. 여고생이 된다는 마음에 하늘을 날고싶었다.
그 기쁨도 잠시지만 난 행복했다.
난 아침에 가방을 들고 학교를 가는게 아니었고 아침에는 이웃 아주머니가 소개해주신
법률사무소가 많이 모여있는  큰 문구점으로 출근을 했다.
그곳에서 잔신부름을 하다가 오후 4시에 퇴근을 해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은 엄마가 싸주신 김치에 보리밥을 먹고 오후에 학교를 가려면 배가 너무 고팠다.
문구점 앞에 작은 가게에서 파는 딸기우유가 그렇게 먹고 싶었지만 매번 사먹을수가 없어서
꾹 참았다. 운이 좋은 날은 문구점 주인이 빵하나를 우유 하나를 줄 때도 있었고
옆자리에서 타이핑를 치던 언니가 사탕을 건네면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버스에 앉아서 학교까지 갈 때면 졸리는 눈을 아무리 눌러도 어느틈에 눈을 감기고
옆사람에게 기대고 자고 있었다.
학교앞이 다가오면 눈이 반짝떠져서 정거장에서 내리는데 어떨 때는 학교앞 정거장을 그냥 스쳐 지나가서
온힘을 다해 달리기를 하면서 교실에 겨우 도착했다.
학교수업은 재미있었고 담임선생님도 귀여워해주셨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했기에 친구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관심있을 시간도 별로 없었고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기에 급급했다.
하루는 친구와 버스정거장을 향해 걷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운에 뒤를 돌아보니
남학생이 나의 가슴을 한번 잡아보고는 냅다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친구와 나는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고 쫓아 갔지만 잡을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나쁜놈들 가다가 고꾸라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