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잊을수 있을까......
친구의 생일인 그날은 4월의 봄내음이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같은 날이었다.
친구와 나는 종로에서 만나 고려당에서 맛있는 빵을 먹었다.
단팥이 듬뿍든 단팥빵은 친구가 좋아하는 빵이다.
난 소보로빵을 더 좋아해서 우린 하나씩 빵과 우유를 먹었다.
여고 입학식날 처음 만난 우리 둘은 같은 동네에 살기에 다른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나고
쓸데없는 이야기에 호호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키가 크고 보조개가 이쁜 친구와 아담하고 눈이 동그란 나는 어찌보면 공통분모가 없지만
성격이 비슷했다. 대체로 얌전하고 착하고 귀여운 학생이라는 점이 둘은 닮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재수학원을 갔다. 그날은 공휴일이라 보강이 있는 날이었다.
재수학원에서 수학을 배우는데 난 수학이 너무 싫어서 거의 졸면서 수업을 들었다.
솔직히 수학을 안 배우고 싶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선 수학은 꼭 해야한다.
열심히 필기는하지만 봐도 모르는 수학문제를 보면서 수업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드디어 종소리가 들려서 얼른 가방을 갖고 교실문을 나서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남학생 목소리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또 나를 부르는것같아 뒤돌아 보았다.
"바쁘세요. 잠깐 이야기좀 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망설이다가 "왜요?' 하고 물었다.
다시 교실로 들어가자고 했다. 교실로 따라 들어가니 오늘 수업한 수학책을 꺼낸다.
그러면서 따라오는 말이 "매번 수업이 끝나자 마자 제일 일찍 나가는거 같아 유심히 봐 왔어요.
말을 걸고 싶어서 몇번이나 망설이다가 오늘 드디어 용기를 냈어요.
전 수학이 좋아요. 혹시 어려운 문제 있으면 제가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예? 수학을 좋아한다고요? " 두 눈이 번쩍 뜨이면서 남학생을 다시한번 쳐다보았다.
순진하게 배시시 웃는 남학생은 여드름으로 얼굴을 포장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도 수학을 잘하고 싶었다.
"수학 가르쳐 주시겠어요? 전 수학이 제일 싫고 제일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