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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후 16 - ' She don't Love You'


BY CALM 2016-03-13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울려 퍼지는 'Jara'의 울부짖음으로 온밤을 새운 다음 날,문 지성이 다닌다는 시흥의 <太光全.業土>를 보고 온 나는'주군을 모시는 성은'의 남자가 대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서둘러 발길을 뒤뜰로 옯겼다.  국화꽃 망울들이 터지기 시작할 때, 금붕어들이 내 방 어항 안으로 이사하고 난 후, 텅 비어 있던 연못 안에는 며칠 전, 타들어가며 눌러 붙었던 까만 잿더미가, 죽은 앙고라 시체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부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막 몸을 돌리는 순간, 내 빰에 번쩍 불이 일었다 .그리고 앙고라 시체를 부스러뜨리며 내 몸이 나동그라지고 그 위로 검은 잿비가 풀풀 날리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정신을 잃었다.

 밤이 가고 아침이 왔을 것이다.다시 밤이 찾아 들고 아침 햇살이 창호지에 박혀있는 은행잎을 흔들다 갔을 것이다.내 몸은 사막의 모래 열기로 펄펄 끓다가, 얼음이 갈린 양수리 호수에 빠졌을 때처럼 얼어 들기를 반복하며 낮과 밤을 오갔다."어쩌다 이 지경까지"소곤거리는 소리와 함께 잣죽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 오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것들이 입 안으로 넣어졌지만 나의 눈은 가리워져 있었다 누군가 나가고 누군가 들어왔다. 찬 물수건이 목덜미 얼굴을 지나 스웨터 앞섭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흐느끼는 소리 "오빠가 잘못했다. 참았어야 했는데... 어떻게 그 코트를 태울 수가 있니? 내가 너와 밤샘을하며 입시 공부를 하고 우리 엄마가 그 옆에서 같이 잠을 안자며  네 옷을 짠 것을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을텐데 ...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동네 아이들과 놀고 있을 때,  분홍 포대기에 싸여, 앞집 이모 품에 안겨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너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어른들은 다 울고 있었다. 우리 엄마가 '태어나면서부터 제 어미를 잃은 아기라니...아비없는 너보다 더 딱하구나 아무래도 아이를 낳고 키워 본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 며 너의 집 안으로 들어 설 때, 나도 따라 들어가 너를 보았다. 눈도 못 뜬 조그만 아기가 손발을 바둥거리며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보며 나는 이미 너의 오빠가 되어 너를 지켜 줄것이라고 결심했다.   네가 아장 아장 걸을 때부터  내가 손을 잡아 주었고, 내가 골목 대장이었을 때 너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대장의 누이 동생이었다. 네가 나이보다 일찍 국민학교 소집일 깃발을 들고 서 있을 때 아무도 깃발을 뺏지 못하게 지켜 선 것도 나였고 도서실에서 늦게 들어오는 너를 매일 마중하기 위해 좋아하던 검도를 그만 둔 것도 아깝지 않았다.  네가 수녀원에 들어 가겠다고 했을 때, 마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적어도 네가 대학에  들어가 다른 남학생들한테 섣부른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테니까.                   내가'시국 선언문'을 낭독하고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기로  학우들과 결의하고 돌아온 날.네 고모부가 직장에서 쫓겨나서 집을 내놓아야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일본 놈 앞잡이의 여편네'라는 소문이 돌 때마다 일자리를 옮겨 다녔던 불쌍한 우리 엄마와  너를 책임지기에는 너무 유약해 보이는 너의 양부모들,내 아버지의 죄가 내 죄가 아니듯 너의 엄마 죽음이 네 죄가 아닌데도 수녀원으로 도망치고 싶어하는 너를 두고,나는 '명예 졸업'을 하는 대신 학교 돌 계단에서 굴러 다리를  부러뜨리고 그들의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동료들을 배반하고,앞장서서 그들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치며 네 곁으로 돌아왔는데,  너는 뭐?  '반포지교'가 어떻고,  '강요된 녹화사업' 운운하며  그 자식을 졸졸 따라 다니더니, 내가 수집하던 우표를 팔아 네 수학 여행 때 쓰라고 주었던 돈으로 산, 은장도를 그에게 주었단 말이지/ "  갑자기 그의 흐느끼듯한 목소리가 푹 꺼져 들더니  방문이 확 열리고 내 방의 무엇인가가 마당으로 던저져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 은장도의  교환식을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하는 의문을 품은 나의 몸은 다시 얼음장처럼 굳어지며  <she don't Love You>(*URL Youtube)가 들리는 갈대밭 사이로 다시 까무라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