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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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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운명 다른 삶


BY 한이안 2015-08-03

그랬어?”그럼? 좀 전까지는 달라도 한참 달랐어. 같은 구석을 눈 씻고 찾아봐도 건져 올릴 게 없을 정도로.”

다른 거 맞아. 조물주가 준 게 한두 가지가 비슷할 뿐이지.”

누리가 이든의 말에 찬물을 끼얹는다.

내 생각도 누리랑 다르지 않아.”

뫼도 어물어물하며 이든을 본다.

그런 거 말고. 넌 적어도 깨어나자마자 숲으로 달려가지는 않았을 거 아냐. 누린 눈을 뜨자마자 숲으로 갔다더라. 사자처럼 숲을 누비고 다니는 게 신이 나더라나? 이 자식이야 처음부터 동물적이 감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너는 아니잖아.”

이든이 누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말한다.

ㅋㅋ 정말이냐?” 뫼가 실소를 터뜨리며 묻는다.

. 나 니들 못 만났으면 숲에서 사자처럼 살려고 했어. 혼자보다 그게 백 배 낫지 않냐? 니들이라면 혼자서도 잘 살아나가겠지만 난 혼자는 싫거든. 옆에 다른 짐승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살 수 있을 거 같더라. 한데 왜 웃냐? 그게 어때서?”

왜는? 기특해서 그렇지. 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으니까.”

나한테 신경 끄겠다는 거야?”

누리가 서운함을 내비친다.

누가 그렇데? 다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거지.”

그게 그거 아냐?”

누리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넌 혼자는 못 산다면서?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넌 우릴 떠나지 않을 거 아냐?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잖아.”

걱정을 안 해도 되긴? 여차 하면 숲으로 달아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짐승들과 어울려 살려 했다지 않아?”

이든이 뫼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

그런가? , 누리 너, 숲에 가서 살겠다고 하기만 해봐? 우리가 널 가만 두지 않겠어.”

뫼가 쐐기를 박는다. 이든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내가 돌았냐? 숲에 가서 살게. 그건 니들이 없을 때나 해볼 생각이지? 니들이 옆에 있는데 왜 그딴 생각을 하냐?”

누리가 정색을 한다.

우리가 짐승들보다는 백 배 낫지?” 이든이 히죽거린다.

당연하지? 우린 주둥이에 온통 피범벅을 하고 먹이를 먹어대는 짐승들에 댈 바가 아니지. 게다가 우린 잡혀 먹힐지도 모른다는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되잖아.”

뫼도 이든을 거들어 누리를 겨냥하여 말한다.

빙고. 내가 숲으로 가지 않고 니들과 함께 있는 단 하나의 이유야.”

누리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번엔 그가 이기죽거린다. 이든과 뫼가 누리를 사정없이 두들겨댄다. 누리도 지지 않고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그 바람에 주변에 웃음소리가 흥건하다.

, 한데 빙고가 뭔 말이냐?”

웃음이 가라앉자 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그래? 빙고가 뭔 말이야? 넌 우리가 모르는 말들을 어떻게 알고 있어? 우린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든도 뫼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리를 낯선 사람처럼 쳐다본다.

그거? 이든 니가 좀 전에 한 말이 내 생각에 딱 들어맞는다는 뜻. 한데 니들은 왜 그런 말도 모르냐? 그리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그렇게 낯설게 바라보는데?”

누리가 억울하다는 푸념을 한다.

좀 낯설긴 하지? 안 그래, 이든?”맞아. 사실 좀 낯설긴 해.”

어쭈. 그래서? 내가 짐승처럼 보이기라도 하냐?”

그 정-도는, 아니지?”

뫼가 말을 늘여 뺀다.

그 정도? 글쎄?” 뫼와 이든이 누리를 겨냥한 말을 주고받으며 이죽거린다. 누리의 장난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눈을 가늘게 뜨고 둘을 물어뜯기라도 할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낸다.

달아나자! 누리에게 물어뜯기기 전에.” 이든과 뫼가 일어나 내뺀다. 누리도 토끼를 들고 뒤쫓는다.

잡히기만 해 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누리가 뒤에서 고함을 지른다. 숲 가장자리로 나올 때까지 셋은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다. 숲 가장자리로 나와서야 멈추어 서서 헐떡거린다.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좋다! 이 기분 처음인 거 같아.”

숨쉬기가 편해지자 누리가 밑도 끝도 없는 말을 쑥 던진다.

뭐가?”

“20대로 살아본 거. 늘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나이의 가장자리만 어슬렁거린 느낌이었거든.”

그 말이 가슴을 콕콕 찌르고 들어온다.

여자가 나타나고부터는 그랬지.”

이든이 누리의 말을 고분고분 받아낸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홀가분하게 벗어날 때까지는 끝낼 수도 없어.”

뫼가 자신들이 치러내야 할 과제를 일깨운다.

그래야겠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짊어져야 할 과제가 너무도 무겁다. 진득하게 밀려오는 아픔을 다스리기가 힘에 겹다.

그래도 여섯이라 든든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이렇게 20대로 살아볼 수도 있잖아. 둘이었다면 꿈 꿀 수도 없는 삶이었어.”

뫼가 들과 단 둘이 있을 때를 떠올린다.

어서 가자! 기다리겠다. 가서 고상하게 먹을 방법도 찾아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