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날이 왔다.
어젯밤 써내려간 편지를 엄마에게 전하고 집을 나서려
가야할 시간보다 일찍 서둘렀지만 엄만 내가 나갈 준비를 하기도 전에 일어나 계셨다.
"이거 마시고 가."
"왜 일어났어. 내가 알아서 하고 가면 되는데.."
".., 여권이랑 다 챙겼어?"
"네. 걱정마세요."
"니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엄마가 걱정이 안되는 거야?"
"왜 또.. 엄마 나 가서 잘 지내다 올테니까 정말 걱정마시고 엄마 건강 잘 챙기세요. 내가 연락 자주 할께."
엄마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에 붙잡힐 것 같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어 서둘러 일어났다. 집을 나서 공항리무진을 타러 가는 길. 매일 걷던 이 길이 다시는 오지 못할 길 처럼 낯설고 떨어진 초라한 나뭇잎 조차 눈 속에 들어왔다.
공항리무진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향했다.
드문드문 한산한 공항.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며 탑승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공항에 도착해서 모든 것이 신기해 여기 저기 사진을 찍고, 여행을 떠나기 전임을 아는 사람들에게 알리던 때가 스쳐지나갔다.
아무것도 새롭지 않고, 내 머릿속의 모든 생각으로 부터 도망치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 지금. 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행기에 올라타 좌석을 찾으려다 스튜어드의 인사에 긴장이 풀렸다.
스튜어드를 본 적이 있었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스튜어드를 보고 긴장이 풀리다니 나도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이 시작되고, 정상고도에 오르기까지 귀를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했지만 이내 적응했고, 아득히 보이는 비행기 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12시간정도 지난 뒤 나는 Sanfrancisco에 도착했다. Salt Lake City행 환승을 해야했기에 이곳 저곳에 눈을 돌리다 제복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내 캐리어의 Tag를 보더니 안내를 해주었다.
SLC UA항공 76B Gate를 지나 SLC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바깥쪽의 불빛들을 눈이 박히며 갑자기 가슴이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듯 하다.
아무도 없는 이 곳에 나 혼자, 이렇게 서 있다.
나는 지금 이 곳 미국 Utah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