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창에 드리운 커튼이 소리없이 춤을 추고 아주 작은 소리로 누군가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DJ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이내 소정이 좋아하는 이승철의
희야가 흘러 나온다. 그 누군가도 그 노랠 좋아 하는 지 조금 커진 소리 .. 소정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 칼을 손으로 잡고 뒤로 넘긴다.
"한소정씨 여기서 뭐해요?"
"네! 네 그냥 뭐..."
"소정씨는 단합대회가 처음인가?"
"네.. "
"하긴 신입인데.. 내가 괜한 걸 물었네.... 참 그때 데인다리는 괜찮아요?"
"네... 뭐 그리 많이 데인 것도 아닌데요.. " 그녀는 보일 듯 말 듯 살며시 미소 지었다.
"어 !! 자기야 여기서 뭐해? 어머 소정씨도 있네.."
"네.. 지금.. ", "자기야 여기서 뭐해. 아빠가 찾으셔.. 얼릉 가자.. 소정씨 우리 먼저 갈
께.."
그녀는 사장의 딸이자 소정의 팀장이였다. 그녀의 이름은 이연희.. 박정훈의 애인 그보다
2살 위였다. 주변에선 그녀가 그를 쫒아 다니다가 어찌 어찌 하여 착한 그가 따라 가는 뭐
그런 사이라고들 한다. "야 야.. 저기봐 .. 으이구 우리 착하고 불쌍한 대리님... 어쩌다
하룻밤에 인생을 망치는지.. " "뭐가 .. 그래도 능력있는 처가 한테 많은 도움을 받고 살잖
아.. " "하긴 이팀장네에서 박대리네 집이며, 차며, 아버지 병원비 까지 다 해결해 준다
며.." .. 소정은 옆에서 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 곳을 나왔다. 지난 봄 그녀는 작은 은행에
서 일을 하며 그를 처음 만났다. 그러다가 그녀의 은행이 부실은행이라는 딱지를 받고 문
을 닫았다. 그때 박정훈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의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데 지원해 보
라는 뜻 밖에 연락이라 놀랐지만. 그녀는 그런거 가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같
은 회사에 다니게 된 것이다. 회사는 의류업체였다 . 그는 총무과에서 근무 했고 그녀 소
정은 디자인실 수습으로 입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회사에서 마주치
면 그냥 가벼운 눈인사만 나눌 뿐 이였다.
"한소정씨.. 거기서 뭐해? "
"네.. 아 네.."
" 자긴 술도 안 먹고 참여도 안하고 뭐 좀 싱겁네.. "
"네.. 제가 술도 못하고 운동도 자신이 없어서.."
"그래도 같이 하기위해서 단합대회온건데.. 그럼 얼릉 도우미라도 해 나중에 선배들한테
한 소리 듣는다"
"네 .. 네 그러게요.. 제가 경치에 취해서.."
"얼릉 움직여.."
그녀는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나와 다른 직원들이 모여있는 풀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 선배님.. 저 뭐 할 까요?"
"참 빨리도 물어 보시네.. 자 이거 옮겨.."
"네.. 어디로..."
"저기 음료수 넣는 냉장고 있네.. 시원해야 마시기 좋지.."
"네.. ". 그녀는 일부러 크게 웃었다.. 그녀에겐 그렇게 밝게 웃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 그렇게 평소에도 좀 웃어봐.. 막내가 가장 무게 잡고 있는 사무실은 우리 팀 밖에 없
다.."
"네 .. 선배님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마지막에 서울로 올라와 취한사람들까지 챙겨 보내고야
집으로 올 수있었다. 집으로 들어와 씻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전에 들은 그말이 머리
속에서 아직 지워 지지 않은 체로 그녀를 괴롭혔다.." 불쌍한.. 박대리님.. 집도.. 병원비
도..."
그녀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그때 그녀의 집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여보세요"
"어?? 들어 왔네.. 나야..."
"강준!! 너 지금이 몇 시 인줄 알아?"
"어.. 글쎄.. 몇시지? 허허허.."
"야 너 술을 얼마나 마시거냐.."
"어.. 몰라... 근데 나 아까 부터 전화했는데. 허허허허.." 딸각.. 동전 떨어 지는 소리가 들
렸다.
"준아 너 어디야?"
"나 .. 나 어디더라.. 아 그래... 우리 집..나 시골 내려 왔거든.."
"왜? 무슨일 있어?"
"어 야 너 너희 부모님 기일도 기억 못해? 내일이 잖아.."
"어?? 어 그랬구나...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소정아.."
"어... 난 안가..." "그래 그래서 이 오빠야가 내려왔잖아.. 내가 술한잔 올리고 낼 올라가
마.."
"그래.. 고마워..." "야 고맙긴.. 뭘.. 아.. 오늘 울엄마가 음식을 준비하신다고 부침개를
얼마나 맛나게 하셨는지.. 내가 그거에 술 한잔 먼저 했다. 내일 가져다 줄께.. 기둘려.."
"어!! 그래.. 뭐 싫다고 해도 가져다 줄 꺼잖아.. 알았어 얼릉 자.."
"어 그래 너도 잘자.. "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중학교 2학년 되던해 사고로 돌아 가셨다. 사고... 뭐 부부 싸움끝
에 일어나 일이니.. 사고인거겠지.. 실은 자살이다. 엄마가 아빠를 절벽에서 밀고 본인
도 떨어 졌으니..
무엇이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건 장례를 다 치르고 나서야 알았다. 병원에서
연락이 온것이다. 엄마가 암이였다고.. 그래서 ... 둘은 그렇게 ... 생을 마감한거 같다
고. 유서도 없었고 그녀에거 이런 저런 말도 없었다. 우연인지 필연이지.. 소정의 엄마
와 준이네 엄마는 국민학교 동창이였다 . 또한 그녀의 부모님 기일은 준의 할아버지 기일
과 하루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 다음해 부터 준이네서 음식을 준이를 통해 많이 보내 주셨
던것이 지금까지 계속이다. 그녀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준이네 엄마는 그녀가 시골에
내려 오지 않아도 준이에게 소정대신 제사를 올리게 도와 주었다.
소정은 그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리속은 미로속 처럼 어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