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쓰린다. 물을 찾다 방안을 둘러본다.
우리집이 아니다. 나는 며칠째 모텔에서 생활을 하고있다.
'휴' 하고 한숨을 쉬다말고 머리맡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는 담배를 한모금 피워문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뭘하고 있는건지....
남편은 빈털털이로 돌아왔다. 빚까지 안고 왔다.그동안 그가 의무감처럼 주는 돈으로 나는 아이들과
생활을 했고,날마다 밤마다 나를 진흙탕으로 내몰고 가는 시누이가 싫어서 그가 주는 돈을 짬짬히 모아
보증금 2백만원에 월세가 10만원인 방두칸 짜리로 이사도 했다. 아이들의 교육상으로도 날마다 벌어지는
술상도 그랬고,직업여성인것처럼 저녁마다 화장하고,단장하고 거리를 헤매이는 불나방같은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큰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작은 아이는 동네 놀이방에 보내고 나는 동네에 있는
작은 봉제공장에일을 나갔다. 그에게는 챙피해서 아는 언니집에서 일을 도와준다며 거짓말을 하고서
열심히 나름 살고 있었다.
남들은 우리 두 사람을 보면 불륜이라 했겠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정신적인 사랑을 했고 나는 그를 의지했다.
마음으론 너무나 간절히도 그의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다음 허물어질 내 모습이 빤히 보였기에
망설였다.그러던중 남편은 빈털털이로 돌아왔다.빚만 안고서...
반가워야할 남편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고,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그에게 빨리 연락을
취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였다.
그렇게 남편은 내게 미안하단 말한마디 없이 아주 당당하게 뒹굴며 나의 속을 태웠다.
그동안 어떻게 생활하고 살았는지, 무슨 돈으로 이사를 했는지,묻지도 않았다.
"저기요...이제 왠만큼 쉬었는데 일을 알아봐야하지않을까요?"
"무슨일? 아! 그래 조만간에 악기점에 나가볼라꼬.."
악기점에 나가본다며 내게 맡겨놓은돈이 있는것 처럼 당당히 차비랑 찻값을 내 놓으란다.
내조라고 생각을 하고 군소리 없이 5만원을 내밀었다.
" 참 내.남자가 일보러 가는데 이것갖고 나가라꼬? 쪽팔리게시리..."
어이가 없다. 그나마도 비상시에 쓸려고 아껴둔 돈인데...
" 더는 없는데.그것도 옆집에서 빌렸건만..월급날도 멀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나가는 남편의 뒷통수를 바라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남편과 그이는 동갑내기다. 본의아니게 두사람을 비교해보며 숨을 한번 몰아쉬어본다.
그런식으로 남편은 내게 어느날부터 기둥서방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들 저금통장도 털어주고.옆집에서 빌려도 줘보고..가불도 해가며.
그렇게 남편은 마스타일은 악기를 새로이 장만해야된다며 징징대었다.
나로서도 어쩔수없는 일이다 일,이천만원이 당장 어디 있냐구요????
노가다일은 뙤약볕에 얼굴 탈까봐.일사병 걸릴까봐 안되고.택시기사는 사고 날까봐 염려스러워
안되고...운전은 어찌하는지...똥차는 끌고다니면서..
허드렛일은 쪽 팔려서 안되고...
집에서 해주는 밥 먹고 뒹구니까 기운이 남아 도는지 날마다 잠자리는 요구했다.
나는 이제는 남편의 여자가 아님을 느낄수 있었다. 남편의 손길이 뱀이 휘감는듯 징그럽고 소름끼쳤다.
어떤날은 입술을 깨물어 피멍이 든적도 있었다. 내스스로 참느라고...
생활은 더욱더 열악해졌다. 가끔씩 그를 만나면 아이들 간식거리며 찬종류들을 잔뜩 사 주었고
돈도 얻어 썼는데 남편이라고 버티고 있으니 만나지도 못하고 오히려 나를 더 궁핍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나는 그에게 돈정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남편이 일자리를 알아본다며 전라도엘 갔다 오겠단다.며칠이 걸릴지도 모르겠다한다.
살것 같았다. 나는 그날저녁 그를 만나기로 하고선 신이 났다.
그를 만났다 어언 두달 가까이만에...너무 너무 반가웠고 목이메였다.
나는 그에게 와락 안겨 한참을 울었다. 그냥 서러웠다.
그의 숨결이 느껴졌고 내맘 또한 강하게 그를 원했지만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채 그날따라 나를 바래다 주겠다며 택시에 같이 올라탔다.
그는 택시안에서 내손을 꼬옥 잡으며 또 호주머니에 뭔가를 쑤셔 주고 있었다.
모른체하며 다음을 기약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를 태운 택시가 골목을 다 빠져지나가도록 한참을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았다.호주머니엔 또 돈이 만지작 거려졌다. 보지않았다.
방에 불이 켜져 있다. 아이들도 잠들었을 시간인데...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아이들 잠자는 머리맡에 나뒹굴고 있는 소주병이 여러개 보였다.
전라도 간다던 남편이 눈이 쾡하니 풀린채 술상을 펼쳐놓고 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감추고
" 언제 왔어요?"
순간 내게 술상위에 있던 김치통이 날라왔다.
그리곤 한참동안 구타가 시작되었다.변명의 기회조차 주질 않았다.
나는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다칠까봐 아이들을 밀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일어나서 펼쳐진 광경속에 울음을 터트렸고 나는 고스란히 마구마구 짓밟혔다.
남편도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나를 개 끌듯이 끌고는 옥상에 올라가서는 정말로 복날에
개잡듯이 나를 두들겼다. 눈을 떴다.아마도 정신을 잃었나보았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내몸을 살펴보니 사람꼴이 아니였다.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동네사람들이 볼까봐 얼른 옷을 여미며 머리도 만져 보았다.
방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몇번을 두들기자 아마도 큰아이가 문을 열어주려하는지 남편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문열면 쥑인다이!네 엄마는 호향년이다!"
"소영아빠! 일단 내말부터 들어보소.아~들 놀라겠다.얼른 문부터 열어주소.내가 다 잘몬했다."
"기 나가라.내 눈깔에 뛰면 아~들 칼로 다 쑤셔삐고 니 죽고 내죽는데이~"
그 끔찍한 말에 나는 돌아섰다. 나는 그렇게 남편에게 주눅이 들어 있었고.남편말이 법이였다.
다행이 옷은 입은 채라 호주머니엔 그가 준돈이 만져졌다.맨발로..동네 시선을 피해서 택시를 탔다.
나는 그이회사 부근 모텔로 들어섰다.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온얼굴은 부어있었고 입술도 터졌고 머리와 옷에는 김치국물을 뒤집어 써 엉망이였다.
옷을 훌훌 벗어던졌다.온몸이 피멍투성이다.뜨거운물을 받아 몸을 담궜다.
그리곤 하염없이 그렇게 몇시간을 울었다. 오히려 시원했다.
자고 일어났다.대책이 없다.거울을 보니 온얼굴에도 멍이 생겨 밖을 나갈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혹시나 나 없는줄 모르고 집에 전화를 할까봐서..
아무얘기도 못하고 그냥 사정이 생겨 며칠 집에 없을것 같으니 내가 연락할때까지 전화하지 말라며
..어디냐며 무슨일이 있냐며 묻는 그에게 다음에 연락하겠다며 그냥 끊었다.
차마 지금 내 몰골을 보여 줄수가 없었다.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아무리 누워서 궁리를 해봐도 갈데가 없다. 여관 욕실에서 옷을 대충 빨았다.
그런데 신발도 없고...마스크도 하나 없고...배도 고프지 않았다.먹을 수도 없었다.
입안이 다 부르터서...해가 지자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집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큰아이가 받는다.
"소영아! 엄마다."
"엄마!!! 니 전화질 하지마라 인자는 니는 내하고 끝이다."
어느새 아이 전화를 뺏어 받아서 또 입에 담지 못할 갖은 욕설과 협박을 하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다시금 전화를 했다.빌어봐야했다. 코드를 뽑은것인지 전화를 내내 받지 않는다.
이유는 물어보고 내게 자백은 받고서 이렇듯해야하는게 옳지않은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하염없이 또 울었다.
초인종이 자꾸 울린다. 돈도 미리 다 지불했는데...
"왜그러시는데요?"
"희야! 영희야! 빨리 문열어라!"
나는 깜짝 놀랬다.망설였다.그러자 계속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이불을 둘둘 말아 몸을 감싼뒤 그를 맞았다.그를 바라볼수가 없었다.
방에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수없어 카운터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아마도 역추적을
했었는지...그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어쩔줄 몰라하며...
그래서 그날부터 이렇게 모텔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다.그이의 극진한 보호를 받으며...
앞날은 나도 모르겠다. 이렇듯 남 눈치 안보며 그이랑 단둘이 있는것에 감사하며 아무생각없이
며칠을 보내고 있다. 밤이면 그이는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침이면 어김없이 나를 보러 왔다.
낮에는 잠깐씩 업무를 보고선 속옷이랑 옷들과 신발과 먹을것을 잔뜩 사 들고 돌아왔다.
아마도 이 피멍들이 가시고 나면 내가 그에게로 안겨들것 같다.
이렇게 나는 그에게 숨겨둔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