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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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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며느리


BY 조 양 희 2010-10-21

그렇게 얼마를 애타게 기다렸다.일주일이 지나도록 오빠는 오지 않았다.

체념을 했다. 하긴 나를 언제 봤다고 날위해 빚까지 갚아주려 올려고....

그렇게 또 일주일을 넘기고 있었다.나는 아예 잊어먹고 있었다.

아니 염치없지만 원망하고 있었다. 날마다 늙은 아저씨들 술시중드는것도 힘이 들었다.

다 원망스러웠다.나를 이렇듯 궁지에 몰리게끔 하필 그날 도망을 친 경아도 원망스러웠고.

더 거슬러 올라가니 딸자식이 집을 나와 죽었는지 살았는지 찾지않는 아빠도 원망스러웠고.

친구를 대신해서 나이도 어린 나를 술집에 붙들고 있는 주인남자도 원망스럽고.

책임도 못질거면서 덜컥 나를 애태우게 만드는 오빠도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매일을 허공을 향해 원망의 볼멘소리를 퍼부으며 나날을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을 무렵이였다.

거의 보름이 지났을까? 가게문이 열리면서 오빠가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래고 반가운 나머지 소리 높여 엉엉 울어버렸다.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오빠는 말도 안되는 고리 이자까지 합해서 100만원이라는 거금을 던져주다시피

하면서 나를 끌어내 주었다.

악덕업주다.원금 30만원이 어떻게 100만원이 되어버렸을까?

그것도 대신 갚아주는데...

행복했다.내맘을 그냥 올인해버렸다.

홀복들은 다 놔두고 몇까지 소지품만 챙겨서 오빠뒤를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오빠는 내손을 잡고서 어느 한 모텔로 들어섰다.

"홍아! 우선 이곳에서 며칠 지내다가 내가 엄마한테 얘기하고 그 다음에 집에 같이 가자"

"오빠 집에 가도 괜찮아?"

"응 대충 운은 띄워놨는데 아마 니가 마이 힘들끼다."

"아이다.오빠야 난 괜찮데이 술집만 아니믄 어디도 괘안타"

나는 그때까지도 오빠집에 가자는 의미가 무얼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여관에서 며칠을 보냈다.아주 편한맘으로 쉴수있었다.

오빠 일하는 업소 인근의 여관인지라 오빠는 일하는 중간에도 자주 간식거리와 잡지책을 사다주며

내가 심심해 할까봐 신경을 써주었다.

오빠는 내가 스물둘인줄 알고 있었다.얘기 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렇게 그 여관에서 나는 하는일도 없이 오빠가 주는 용돈으로 그냥저냥 아무 생각없이 두달쯤을 보냈다.

오빠도 낮에 이삼일에 한번씩 집에 잠깐 들러 옷만 갈아 입고 나랑 쭈욱 같이 지냈다.

어느날 오빠가 비장한 각오를 한듯이 집에 가자고 했다.

오빠집은 가난하고 형제도 다섯이나 되고 오빠가 장남이고 엄마는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신다며

그런집에서도 생활할수 있겠냐며 물었다.

나는 먹고 잘수있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았다.그리고 오빠집인데 당연히 괜찮다며...

오빠집은 범일동 산복도로 맨 끝자락의 슬리브집이였다.

중간에 연탄을 사용하는 부뚜막을 양쪽에 두고 방이 나란히 두칸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찢어지게 가난해 보였다.식모로 살았더 그집에 비하면...

오빠엄마는 나를 아래위로 힐끔 훑어보시더니

"몸이 이래 약해 가지고 우리집일을 해 내겠나?얼굴은 예뿌구만..쯧쯧 니가 조타카이 니알아서해라"

허락이 떨어진것이다.내가 지낼곳은 한평 남짓한 방이였다.한켠엔 비닐 옷장이 놓여져 있었다.

그 곳이 오빠와 나와의 동거생활 보금자리인 셈이였다.

큰남동생은 가구점에서 운전일을 하고있고.여동생하나는 이미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중이고.

작은 남동생은 진시장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막내남동생은 실제로는 나랑 동갑인 고등학생이다.

저녁이 되자 오빠는 나만을 염려스런 눈길로 남겨두고 일을 하러 가 버렸다.

나는 그냥 우두커니 방안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내가 뭘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남동생들은 차례대로 방문을 힐끔 열어보고는 킥킥 거리며 간다.

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야는 시에미가 일을 마치고 왔는데도 콧배기도 안비나?"

나를 두고 하는 소린지도 몰랐다.그러자 방문을 벌컥 열어 제치더니

"이리 나와서 이거나 다듬어라 더 시들믄 안된다."

얼른 쫓아나가보았다.수돗가엔 열무며.얼가리 배추. 대파.알타리 묶음들이 한가득...

채소 장사를 하시다보니 늘 팔다 남은 채소들은 집으로 갖고와서 김치들을 담그시는 모양이다.

얼떨결에 아직 김치는 담아본적이 없는데..갖은 구박과 핀잔을 들으며 그 많은것을 다듬었다.

그리고 소금에 절여 두고서 밥을 차리라 해서 차려드리고 내방으로 돌아왔다.

어리둥절하다. 아직도 뭐가 뭔지를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오빠는 새벽에야 돌아왔다.그리고 처음으로 잠자리를 했다.

거부하지 못했다.오빠가 나에게 베푼것에 비하면 내가 오빠에게 줄것이라곤 이 몸뚱아리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도없이 오빠와의 동거는 시작 되었고 말로만 듣던 홀시어머니와 매일같이 찾아오는

시누이의 모진 시집 살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