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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BY 현정 2010-08-11

#1. 현주집

한수, 현주가 송자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현숙이 방을 닫다가 걸래를 들고 마중 나온다.

마루를 올라가기위해 휠체어를 셋이서 힘겹게 들어올린다.

한수는 방으로 송자를 데리고 들어간다.

마루 한쪽 옆에 우숩게 생긴 의자가 있다. 의자가 앉는부분이 나무 합판이 대어져 있고 가운데 구멍이 크게 뚫어져 있다. 그리고 아래는 오강이 달려있다.

현주 : (휠체어를 밀로 들어온다) 자.. 집에 도착입니다.

송자 : (집을 두리번 두리번 돌아본다)

현숙 : 아빠.. 엄마 방으로 모셔야죠..

한수 : 그래... (송자를 안는다. 힘겨워보인다. 뒤뚱뒤둥 방으로 들어간다)

현주 : (한수를 보다가 그 옆에 오강달린 의자를 발견한다) 이게 뭐야?(의자쪽으로 가서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피며)

현숙 : 어.. 아빠가 만드셨어..

현주 : 아빠가?

현숙 : 이동식 화장실이시란다.

현주 : 이동식 화장실?

현숙 : 엄마 그위에서 일보시라고... 나무에 엉덩이 까시 박히면 안된다고 반나절은 사포질 하시고, 어제밤에 어깨아프다고 파스사오라 그러시더라.

현주 : (감동 받은 얼굴로 의자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한수 방에서 나온다.

한수 : (의자를 보는 현주를 보고 약간 머슷한 표정으로)어떠냐? 비슷하냐? 니 설명만 듣고 만들어 봤는데...

현주 : 네.. 아주 똑같아요..

한수 : 그 비싼거 사는니.. 한번 만들어 봤다. 어차피 오줌똥 받아낼건데.. 뭐꼭 비싼거 좋은거 쓸필요 있냐?

현주 : 아빤.. 이게 돈주고 산거보다 훨씬 좋죠.. 엄마 맞춤형인데..

한수 : 글치.... (의자를 만지며) 내 여기다 덥개도 씌웠다.. 그리고 이제 추워지는 데 쇠는 살에 다으면 차갑지...)

현주 : 그치.. 그치.. 역시.. 우리아빠...(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한수, 현주, 현숙 행복한 웃음

#2. 현주집(초겨울)

마당의 풍경이 이젠 초겨울로 접어. 나무들은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이는 마당에 현주가 들어서다 한수가 송자를 야단치는 소리가 들리자 그 자리에 멈추어선다.

한수 (소리만) : 아.. 오줌마렵단 소리 못해... 이게 뭐야.. 날 추워서 이불 말리기도 힘든데.. 이게뭐야...

한수가 이불을 들고 나오다 현주를 본다.

한수 : 왔냐? 에이씨.. (빨래줄에 이불을 넌다) 이거 말려도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현주 : 내려 놓으세요. 제가 빨게요... 언니는?

한수 : 통역산가 뭔가 교육들으러 갔다. (이불을 수도가에 내려 놓는다) 에이씨.. 나좀 나갔다 온다.

현주 : 네....

한수 휭하니 나간다.

현주 잠시 한수를 보다 이불을 물에 담그고 방으로 들어간다.

#3. 방안

송자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현주 상에 막국수를 채려서 들어온다.

현주 : (상을 내려 놓으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엄마. 막국수 드세요. 막국수집 아줌마가 오늘은 고기 두절음이나 넣어주셨어요.

송자 : (돌아앉아서 훌쩍훌쩍울고 있다.)

현주 : (송자에게로 간다) 엄마.. 왜.. 우는데.. 엄마가 자다가도 벌떡일어나는 막국수라니까요.. 요 아래 평양막국수집꺼야...

송자 : (발음도 제대로 안된다) 나. 같은게.. 먹으면.. 뭐야.. 오줌만.. 싸는데..(눈물까지 뚝둑 흘린다.)

현주 : (눈물이 콱 쏟아진다) 아니야.. 엄마.. 엄마..(송자를 안는다)

송자 : 나같은게 빨리 죽어야지... 먹으면 뭐해.

현주 : 아니야.. 엄마.. 엄마...

현주 na: 미안해엄마. 내 욕심 때문에.. 난 엄마.. 엄마 지금보다 더한 모습이라도 좋아요.. 오줌싸도 좋고 말못해도 좋아요. 그냥 엄마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어주세요. 내가 이제 엄마 보내도 될 마음의 준비가 될 때.. 그때까지만.. 엄마.. 미안해요...

송자, 현주 모두 울고 있다.

#4. 현주집 마당

현주가 이불을 발로 밟고 있다. 현숙이 들어온다.

현숙 : (이불을 본다) 엄마 또 쌌어?

현주 : 어...

현숙 : 요즘들어 자주 실수 하시네.. 날이 추워서 그런가?

현주 : 요즘 자주 그러셨어?

현숙 : 어.. 아빠 있을때 그러셨어?

현주 : 어...

현숙 : 또 구박이 느러지셨겠네...

현주 : 아빠가 엄마 많이 구박하셔?

현숙 : 요즘은좀 짜증을 많이 내시더라... 아무래도.. 잠도 요즘을 딴방에서 주무셔.. 옷에 냄새 밴다고..

현주 : 그래.....

현숙 : 엄마 정신은? 맑아?

현주 : 응. 그러신거 같던데..

현숙 : 애고.. 또 눈물뚝뚝흘리며 나같은게 살면 뭐해.. 그러셨겠구나..

현주 : 어.. 안보고 잘아네..

현숙 : 차라리 정신없을 때 실수하지.. 꼭 정신있을 때 그래.. 그게 더 못보겠더라..

현주 : 글치...

현숙 : 그래도. 아빠 뭐라할 것 없어.. 넌 일주일에 한번 삐쭉왔다가니 모르지.. 같이 매일 보는 사람은 정말 인내의 한계야.. 아빠 일나가면 몸에서 냄새난다고 그러나봐... 나갈 때 생전 안뿌리던 향수까지 뿌리고 다니는데...

현주 : 알았어... 누가 뭐 아빠한테 뭐라 했어!!!

현숙 :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현주 : ....

현숙 : (현주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나...

현주 : (이불을 밟다가 고개를 든다) 어???(이내 알아차린 듯) 얼마인데?

현숙 : 그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 말이야..

현주 : 알았어.. 그러니.. 부연설명 빼고.. 얼마 필요한데...?

현숙 : (미안한 웃음) 70만원... 책값빼고..

현주 : 지금 그만한 돈은 없으니 카드로 하면 안될까?

현숙 :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글세 물어봐야지.. 뭐.. 카드되나..

현주 : 안되면 현금 써비스 해서 줄게....

현숙 : (활짝 웃는다) 고마워... 내 번역일 많이 들어오면 너 맛있는거 사줄게..

현주 : 고맙네... 나 랍스타..(호호)

#5. 현주집 방안

이젠 제법 겨울티가 난다.

현숙이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고, 현주와 송자가 앉아서 보고 있다.

현숙 : (거울을 보며) 좀 늦을거야..

현주 : 어.. 알아서 .. 재미있게 놀다와.

현숙 : 놀긴 누가 놀러간다고 그래? 공부하러 가는구만..

현주 : 알았어.... 잘 공부하다와.

송자 : 나두 같이가.

현숙 : 엄마.. 추워서 안되.. 감기걸려요...

송자 : (삐진다) 나두 델구가지..

현숙 : 엄마 우리는 요앞 비디오 가게가서 비디오 빌려다 볼까?

송자 : (아이처럼 ) 조아좋아...

현숙 : 구질구질한 것 가져오면 안돼.. 엄마 또 우신다.

현주 : 알았어...

현숙 : (준비는 다 됐는데 안가가며 자꾸 옷을 만지작거린다.)

현주 : 왜? 안가나가? 돈떨어졌어?

현숙 : (게면쩍게 웃으며) 어.. 쫌...

현주 : (지갑을 꺼낸다) 요즘 씀씀이 헤퍼졌다. 연애하냐?

현숙 : (당황하며) 얘는 .. 애인은 무슨...

현주 : (웃는다) 말까지 더듬을거 없어... 나이가 얼만데.. 있으면 빨리 데리고 와봐. 엄마 가시기 전에 결혼식장 한번은 들어가 보셔야지..

현숙 : 애는 김치국은.. (생각난 듯)참.. 너.. 요즘 상영씨하고 통 안만나는 것 같던데.. 왜? 싸웠어?

현주 : 어.. 그냥...

현숙 : 왜?

현주 : 그냥.. 내가 좀 소흘하니 삐졌나봐.

현숙 : 글취.. 역시.. 남자는 애하고 똑같다잖아.. 상영씨도 가끔 챙겨주고 그래.. (송자를 보고) 엄마 아프시고나서 우리식구 모두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현주 : 쓸데 없는 소리말고 어서가(돈을 준다) 엄마 들으면 서운해 하신다..

현숙 : 요즘은 맑은 정신일때가 점점 없어져...(나간다) 나 다녀올게... 그럼 수고해..

현주 : 어.. 잘다녀와...

송자 : 엄마. 다녀오세요...(현숙에게 인사한다)

현주 : 엄마.(송자에게 바짝 얼굴을 디민다)... 나 누군지 알아?

송자 : 내가 아줌마를 어떻게 알아요?

현주 : (깔깔 웃는다) 아줌마.. 엄마는 .. 시집도 안갈 딸한테.. 아줌마가 뭐유? 엄마.. 엄마는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송자 : 우리엄마한테요..

현주 : 엄마.. 엄마도 엄마가 그립구나.. 엄마란 뭘까? 솔찍히 엄마 나한테 잘해준거 없는데.. 남들보다 잘입혀주지도 잘 먹여주지도 못했는데.. 그렇다고 남들보다 살갑게 대해주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엄마란 뭘까? 뭐길래 이렇게 보내기가 힘든걸까?

송자 : 엄마.. 우리 쑥뜯으러가자..

현주 : 지금 겨울이에요.. 쑥 없어요.. 봄에 쑥나오면 그때 같이 가서 뜯어요.

송자 : 순자는..

현주 : 순자 이모? 이모 미국에 있잖아. 이모 보고 싶어요? 전화해 줄까?

송자 : 나두 비행기 타고 싶은데.. 엄마. 나도 가면 안되요?

현주 : 비행기(슬픔이 가득한 표정) 비행기 태워주려 했었지.. 엄마.. 엄마 비행기 태워주려고 부은 적금이 엄마 병원비로 들어갔어요. 엄마 한달만 더 늦게 쓰러지시지.. 그럼 비행기는 타고 가실수 있잖아... 이모한테 양보하느라 엄마는 초등학교도 졸업못하고...

송자 : (천진 난만한 얼굴로 좋아하며)비행기 태워주실거에요?

현주 :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끄덕끄덕). 네..

송자 : (손가락은 내민다) 약속...

현주 : (손가락은 건다) 네.. 꼭.. 꼭... 엄마 꼭...

송자 : 꼭.. 약속.. 엄마..(해맑게 웃는다)

현주 : 네.. 엄마 .. 꼭.. 엄마 꼭 약속 지켜주셔야 해요...(눈물을 닦으며) 참 우리 비디오 빌리러 가자고 했지..(일어난다)

#6. 현주의 서울 자취방

파김치가 된 현주 들어선다. 나영이 현주를 맞는다.

나영 : 애고 파김치가 따로 없네.. 팍 쉬었어.. 아주 제대로 곰삭았구만....

현주 : 그렇게 냄새나 ? 나한테서(킁 킁 냄새를 맡는다)

나영 : 누가 냄새난데..(방에 이불을 가리키며) 여기서 몸좀 녹여.

현주 : (옷도 안갈아 입고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아!.. 따뜻하다(눈을 감는다)

나영 : 이러다 네가 먼저 골병 들겠다. 너 참 대단하다...... 여기 저기 빚에 시달리고 몸은 몸대로 매주 집에가서 중노동하고 오고, 서울오면 또 알바하고. 너 몸이 무쇠냐? 그러다 니가 먼저 황천가갰다.

현주 : (눈을 감을채) 아직은 버틸만해...

나영 : 참... 나.. 그치 소식 들었는데..

현주 : (눈뜨며) 그 치?

나영 : (현주 눈치를 살피며)어.. 저... 김. 상.. 영.. 씨..

현주 :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다시 눈감는다) 잘 살고 있데?

나영 : 저....(망설이는 표정)

현주 : 나 괜찬아. 편하게 말해..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고.. 결혼이라도 한 대?

나영 : 어..

현주 : (눈을 번쩍뜬다)

나영 : 거봐.. 기집애야... 상처받을거면서 뭐가 괜찬아.. 괜찬긴...

현주 : 어차피 내 인연이 아닌 사람인데뭐....(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나영 : 그래.. 뭐.. 거... 솔찍히 상영씨 좀 왕자병 있어서 짜증나는 스타일이긴 하지.. 뭐... 안그래?

현주 : 누구래(얼굴을 벽을 향한채...)

나영 : 어.. 저.. 그게.. 저..

현주 : 나 아는 사람이구나...

나영 : 어.. 저...

현주 : 서무과 지윤이?

나영 : (놀라며) 어.. 너 어떻게 알어?

현주 : (웃음) 그렇구나...

나영 : 지윤이 고게 나이는 어린게 얼마나 여신지.. 개가 그전부터 상영씨 보는 눈이 좀 응큼하다 했더니...

현주 : 지윤이 좋은애야. 애교많고.. 상영씨 애교 많은 여자 좋아해.. 나보고도 맨날 애고 없다고 뭐라했어. 둘이 잘 어울리네.

나영 : 애고.. 그래.. 어쩌겠니.. 안씻어?

현주 : (아직 벽보고 그대로이다.) 좀만 이러구 있다가. 몸이 노곤하니 늘어진다.(벽쪽을 향한 현주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나영 : 그래.. 좀 푹 자라....(이불을 덥어준다)

#7. 대포집

한수와 여주인이 나란히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여주인이 한수에게 엄청들이댄다.

여주인 : 자.. 이거 먹어봐요. 임자 고들빼기 김치 먹고 잡다 해서 내 이거 담궜잖아(한수입에 넣어주려 한다)

한수 : (고개를 돌리며) 아.. 좀 떨어져..

여주인 : (더 다가 앉는다) 자.. 아... 팔떨어지것수..

마지 못해 받아먹는데. 대림이 들어온다.

대림 : 그림 좋다...

두사람 얼른 떨어진다.

대림 : 그냥 하던거 계속하소.. 난 갈라우..(뭔자 묘한 기분나쁜웃음을 흘리고 나간다. 여주인하고 뭔가 눈빛을 주고 받는다.)

대림이 나가자 여주인 계속 한수에게 먹여주려하고 한수도 못이기는척 받아 먹는다.

#8. 현주집 방

한수와 현숙이 TV를 보고 있다. 송자는 잠이 들어있다.

한수 : (송자의 이불을 덥어주고 한참을 내려다 본다) 이게 어디 사람사는거니

현숙 : (한수를 놀라서 바라본다)

한수 : 죄받을 소리지만.. 이제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현숙 : 아빠.. 최선을 다하셨어요...

한수 : 이제는 다시 쓰러져도 수술안시키고 그냥 저세상 보내주고 싶구나.

현숙 : (동의 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수 : 그런데.. 현주가... 그런데..(동의를 안할것 같구나라는 여운)

현숙 : 우리가 보낸다고 가시고 우리가 안보낸다고 안가시겠어요? 때되면 가시겠죠.

한수 : 그건 그렇지.. 억지고 우리가 생명을 끊을 것도 아니고.

현숙 : 저도 엄마 자꾸 저런모습보는게 싫어요. 그냥 안아플 때 엄마모습. 그대로만 머릿속에 기억하고 싶어요.

한수 : 이젠 지치는 구나...

현숙 : 벌써 일년이 넘어가니 그렇죠..

한수 : 퇴직하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너네 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여생을 즐기며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현숙 : 아빠...

한수 : 못배우고 가진 것 없는 나한테 시집와서 그래도 이렇게 집칸이라도 마련할수 있게 해준 것은 니네 엄마가 알뜰하게 살아서 가능한거였지..

현숙 : ...

한수 : 그런데.. 산사람은 살아야지, 너네 엄마는 어차피 갈 사람인데... 이렇게 길어질수록 남은 사람이 살기가 점 점 더 힘들어 지는데..

한수 자는 송자를 바라본다.

#9. 현주집 (안방)

현주가 들어선다. 집에 아무 기척이 없다.

현주 방으로 들어선다. 방안에 그릇이 뒤집어져 있고 음식물이 마구 쏟아져 있고, 오줌에 번벅이다. 송자 한쪽구석에 웅크려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주 : 엄마...(급하게 송자에게 간다)

송자 : (울면서) 잘못했어요.. 때리지 마세요...(머리도 못들고 손을 머리위로 들어 싹싹빈다)

현주 : 엄마.. 때리기 까지해? (현주 얼굴이 일그러 지며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왜 이렇게 웅크리고 있어.. 엄마가 뭘잘못했는데...

송자 : 잘못했어요..

현주 : 엄마..(울부짖는다) 엄마 이러지 마.. 엄마 .....

#10. 현주집 (안방)

방이 치워져 있고, 송자가 옆에서 막국수를 먹고 있다. 목욕을 했는지 깨끗하다. 현주는 방걸래질을 하고 있다.

현숙 : (들어선다) 언제왔어?

현주 : (화가나서 들은 척도 안하고 방걸래질을 계속 한다)

현숙 : 야.. 사람말이 안들려? 야..

현주 : (걸래를 들고 일어선다. 현숙을 한참 본다)

현숙 : 이게 왜이라.. 뭐 못먹을거 먹었나?

현주 : 나가서 예기하자.

송자 : 무서워요. 싸우지 마세요.(옆으로 숨으며)

현주 : 아니야.. 엄마.. 싸우는거.. 그냥 할말 있어서 그래.. (현숙에게 ) 큰소리 내지말고 나와.

#11. 현주집 건너방

현주와 현숙 들어온다. 현주가 먼저들어오와 팔장을 끼고 있고, 현숙이 씩씩대고 따라들어온다.

현숙 : 애가 왜이래..

현주 : 엄마 왜 혼자 놔두고 나갔어?

현숙 : (조금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듯)시간이 그랬어.. 너 기다렸다가 가면 늦을거 같아서.. 네가 제시간에 오면 그래봤자 30분정도만 혼자 있으면 되니까..

현주 : 엄마 밥은? 식사는 하시게 하고 가야되는거 아니야? 아무리 바빠도..

현숙 : (언성이 높아진다) 엄마가 밥은 얼마나 천천히 먹는데. 그리고 엄마 밥먹이고 나면 나 다시 샤워하고 옷갈아 입어야 하는데.. 엄마 냄새 나니까.. 그 구질구질한 냄새..

현주 : 뭐(미간이 찌뿌러진다) 구질구질한 냄새?

현숙 : 그래 구질구질한 냄새..

현주 : 엄마야.. 우릴 나아준 엄마라고. 구질구질한 냄새?

현숙 : 너만 잘난거 아니야. 너만 착한척 하지마.. 나도 할만큼 했어. 내인생은 이게 뭐야? 나이는 꽉찼는데. 변변한 직장도 없이 이게뭐냐고. 내 청춘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방안에서 엄마 치다꺼리나 하다 . 이게 뭐냐고(악을쓴다.)

현주 : 엄마. 밥드시려고 하다가 그릇 엎었어. 한수저도 못드시고.. (목이 메어 잠깐 삼키고) 왜.. 차라리 밥상이나 차려놓지 말고 가던가.. 그게 뭐야.. 음식 앞에 놓고.. 그게 뭐냐고.(눈물 콧물 번벅)

현숙 : 넌 일주일에 고작 하루잖아.. 난 매일 이렇게 벌써 일년이 다 되간다고.. 난 이게 뭐야... 내 인생은 ? 내 인생은 누가 보상하냐고..

현주 : 누가 보상받자고 이래? 엄마라고..

현숙 : 누가 엄마 아니래? 너만 착한척 하지마..

둘이 악을쓰며 싸우는데 한수 들어온다.

한수 : (소리를 지른다) 뭐하는 짓들이야? 이집에 어른없어?

현숙, 현주 고개를 숙인다.

한수 : 잘들한다. 아직 목숨붙어있는 사람가지고 벌써부터 뭐하는 짓들이야?

현주 : 죄송합니다.

현숙 : 잘못했어요.

한수 : 나원..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것인지... (문을 꽝닫고 나간다)

현숙 : 너만 잘난 사람아니야. 나 아무리 우수워 보여도 네 언니야.(울며 나간다)

현주 : (깊은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