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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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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아~~세월 ,,무심한 이름이여~~(1)


BY 설탕 2009-11-25

가게 유리창밖의 바람의 추위가 느껴졌다 .겨울이 온다 .....겨...울.

벌써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 하려는 겨울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 가게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가로수의 낙엽들은 오늘도 아무런 미련없이 바람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

'가~~을이라 ...가~~아을바람 ~~~'

육시럴씨는 찬바람과는 상관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노래가 떠올라 속으로 읊어본다 .

" 이런 ....그담 가사가 뭐였지? ...."

분위기 잡아 불러본 노래의 시작이었는데 ,갑자기 처량스럽게 그담구절의 가사가 생각이 안났다 .

".......나이가 들어 치매가 드나 ...."

속으로 자신의 기억력에 기운이 빠졌다 ....

 

"헬로~~~아조씨~~이 !!"

잠시 자신의 기억력감퇴에 의기소침해있던 육시럴씨에게 들려오는  낭랑한 목소리가 그를 꺠웠다.

"아 ...지나양 ....어서와요 ....오랫만이네 ..."

오늘도 에외 없이 키우는 하얀 강아지한마리를 안고  쫙 달라붙는 스타킹 같은 바지에 ,가슴싸이즈를 눈으로도 알아볼만큼 딱붙어 거의 터질듯한 가슴이 드러나는 티셔츠에 머리에는 리본이 크게 붙은 헤어밴드를 하고 나타난 옆 빌딩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먼지는 모르지만 자칭 싱글 프리랜서 조지나양 ...자칭 28살 .

" 어째 ..한 열흘만에 보이는것 같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오더만 ..."어디다 눈길을  줘야할지몰라 어둥띤 눈길을 하며 육시럴씨는 지나양한테 인사를했다 .

" 아 ....네 ...쪼~오금 바뻤어요 ....사업차 ....출장도 갔다 왔구요 ....아이참 ~~여행 다니는것도 이제는 나이먹으니까 힘드네요 ..호호 ....."

그렇게 안부를 전하며 지나양은 비어있는 세탁기를 찾아 자신의 빨래를 세탁기 안에 집어 넣었다 .

돌아서서있는 뒷태는 항상  육시럴씨가봐도 진짜 모델이 따로 없다고 느껴진다 ..오늘도 에외는 아니였다 .

"뽀뽀 .....요기 가만이 앉아있어 ...씻 ....엄마 이거 빨리 집어 넣고 안아줄께 ."

주인말을 알아 듣는지 지나양의 강아지는 앉혀놓은 그자리에 가만히 앉아 꼬리만 살랑거리며 주인을기다려 줬다 .

육시럴씨는 방금전까지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을보며 기억나지도 않던 가곡에서의 우울함에서 지나양의 출현과 함께 다른 기분우로 전환이 돼었다 .

눈이 그냥 즐거웠다 ....

 

'여봇!"

또다시 화들짝 !!

항상 분위기전환의 목소리 ...

"아~~싸모님 안녕하셨어요? .....호호호 "

"싸모님은 먼 싸모님 ....잘지냈수? ....오랫만에 왔네요 ..."

지나양은 항상 우 여사를 사모님이라 불렀다 .

그럴때마다 우여사는 쑥스러운듯해보였으나 그리 싫지 않은듯 지나양의 인사에 다정히 안부를 물어주곤했다 .

"많이 바빴나봐요? ....이번에도 출장 갔다 왔남? ....뽀뽀는 어찌 하고? ..."

"뽀뽀 ...이번에는 데리고 갔다 왔죠 ...부모님께 맡기려했는데 부모님이 여행을 가신다 그래서 ....할수 없이 ..."

"이런 ....개팔자가 상팔자네 ..주인 잘만나서 이리저리 여행도 다니고 ...ㅎㅎㅎ 예전같으면 그냥 수돗가에 묵여 수도나 쌓는 수도견이 였을껀데 ...세상 참 좋아 졌다니까 ...안그러냐 뽀뽀야 ...."

우여사는 주인 잘만나 여행까지 따라다니는 개팔자가 부러웠다 .

육씨는 그런말의화살이 자기인줄은 안다 ..

딱히 살면서 애들 치닥거리와 살림에 자신의 시간 한번 가져보지도 못하고 살아온 아내 .

항상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공존했다 .

 

"여보 ...나 잠시 외출하려는데 점심 다 차려 놨거든요? 이따 챙겨 들어요 ..또 짜장면 같은것 시켜먹지말구 .

돈도 돈이지만 내가 차려논 국에 반찬이 더 영양가 있는거니까 ..알았죠? ....나 나가요 ..."

그러고 보니 아내의 차림이 좀 달랐다 .

오래전이지만 있던 정장차림에 숄더를 두르고 구두에 핸드백까지 ..그리고 가벼운 화장까지 ...

"그래? .....어디 가는데? ...."

"왜요 ....바람 났을까바? ...이런 ...대학친구들 모인데요 ..당신 알자나요 ...내 친구들 고소희랑 신나라 ..그리고 또 누구알지? 당신다 아는 애들 ....몇명이 오늘 만나는데 나도 나오라고 하도 그래서 ...올해 지나기전에 한번 만나고 올라구 ....어찌 변했는지도 좀 보고싶구 ...만난지 한 3년쯤 됐나 ? 갔다 올께요 ...근데 나 보기 괜찬아? .."

"아~~ 싸모님 동창회 가시는구나 ...어디 한번 봐여 ....음 ~~ 그런데로 괜찬네요 ....호호 ..."

" 보기 괜찬우? ...ㅎㅎ 고마워요 ...오랫만에 외출이니까 좀 서먹하네....그래요 ,,빨래 잘하고 가요 ..담에 또 보면 영행다녔던 애기도 좀해주고 ... 여보 나 갔다 와요 ..."

우여사는 문을 나섰다 ..

 

문을열고 나가는 아내의뒷모습은 영락없는 중년의 둥둥한 아즘마 모습이었다 .

세월이 참 빠른것같았다 .

처음 아내를 만났을때 고운 눈매 ..큰눈망울이 맘에 딱 들어왔던 아내 ...

둘다 첨으로 미팅이라는곳에 나와  ...제비 뽑기로 짝을정했을때 ..아내가 자신의 짝이 돼 친구들의 부럼을샀던 기억이 스쳤다 .

 

제법 똘똘하고 당차서 왜만한 입심도 지지않았다 .

그날 둘이 이런 저런 얘기와 함께 한잔 두잔 기울이던 술잔에 마지막은 그녀가 몸을 가눌수가 없었고 ,

기회는 찬스란 말로 육씨는 덮어 버렸다 ...

예뻤던 아내 ....

창밖에 바람이 육시를 뒤로 하고 나가는 우여사의모습이 더 춥게 느껴졌다 ...

육씨는 다시한번 아내의 옛모습을 그려보고싶었다 .....

"나~~무잎이 떨어져서 ~~가을바~람에 흩날리네 ......"

김추자의 노래가 입에서 멤돌았다 .......'가을도 아닌데 ....먼 가을노래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