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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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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가족구성


BY 설탕 2009-09-10

"내가 못살어 ...내가 못살어 ....이구 지겨 ..지겨 ...."

아침부터 우라질여사는 뭣이 못마땅한지 혼자의 궁시렁에 모두의 아침을 깨웠다 .

"탕탕탕 !!.....일어나 ! ....해가 천정 똥꾸멍 까지 떴는데 아직도 이불속이야? ...."

우라질여사는 이렇게 일요일에 아침을 모두에게 알렸다 .

모두 이력이 나서인지  움직이는 몸동작이 각각 달랐다 ..

" ...아씨 ...엄마 ..오늘 일요일인데 좀 더 자면 똥꾸멍에 뜬 해가 머 싼데여? ...에..이씨 ..."

우라질여사의 기상소리에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며 ,오늘도 여전히 한마디 시작은 큰아들 소심군 ..... 방년 22세 ..

롹가수를 해보겠노라고 다니던 그나마의 전문학교도 때려치우고 ,음악 학원을 다니더니만 ,갑자기 먼생각 으로 트롯을 하겠다며 가끔씩 뻔쩍거리는 옷을 입고 밤을 더 좋아하는놈 ...

" 야 ....이늠아 ...그래서 해가 머 싸는지 볼라고 기냥 잘껴? ....."

우라질 여사의 목소리는  더 높은 하이 소프라노의 톤으로 올라갔다 .

그소리와 함께 ...슬그머니 일어나 욕실로가는 작은아들 덤덤군 ..  방년 17세 .

조용히 두모자의 듀엣에 질려 그는 항상 그리 말없이 있는둥 마는둥 ..일상이 그랬다 .오늘아침도 여느때와 다르지가 않았다 .

 " 엄마 ....굿모닝 .....헤헤 ..."

" 이건 ....항상 뭐가 그리 좋은겨 ...."

항상 살살거리는 미소에 집안의 돌연변이 큰딸 애교 ....방년 16세 .

엄마의 높은 톤을 가라앉히는 유일한 집안 식구중 하나이다 .요즘들어 갑자기 부쩍  여인네의 모습이 돼가며 동네 총각들의 눈길을 받았다.  

"아이 ....엄마 ..오늘 일요일인데 좀 더들 자면 어때 ..그냥 둬  ...."

"일요일인 먼 특별한 날여? ...맨날 저리 뒹굴뒹굴 나자빠져있음서 ,먼 일요일이 특별나다고 더잔다 그러는겨 ....이런 우라질 ..."

"에이 ..시끄러 ..오늘는 좀 조용함 안돼나? ....나 공부해야 하는데 ....아침부터 정신 산만하게 ....."

모두의 대화속에서 오늘도 언제나 처럼 쫑알쫑알 혼자소리의 막내딸 쫑알이 ....방년 13세 .

" 머? ....먼시험인데 ? 울애기 은제 일어났어 ? ....호호 ...."

우라질여사는 지금까지의 소프라노의 독창을 끝내고 언제 그리 불러댓냐는듯 앨토톤의 부드런 목소리로 막내 쫑알이의 궁둥이를 두드려 주었다 .

이런 막내 쫑알이는 공부가 항상 상위권이라 언제나 우라질 여사의  동네 자랑거리였다 .

"울애기 아침 일찍 일어났네 ...그려,그려 ...이뿐것.. 우리집에서 인간같은건 우리 애기 밖에 없다니까 ..."

우라질여사의 눈길은  사랑을 함박 담아 막내  쫑알이를 쳐다보았다 .

"에이....엄마 그렇게 차별하는거 아니유? ....누군 공부 잘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뒤를바쳐줘야 그것도 따라주지 ...쫑알이는 좀 다르지만 ...."

우라질 여사의 차별을 못마땅히 여기며 애교는 끝말을 얼버무렸다 .

자신의 성적을 봐서는 아무리 애교를 떨어도 먹혀들지 않는 부분에 항상 약했다 .

"이거사 ...넌 니동생좀 따라해바 ...누가 돈대줘서 저리  하냐? ...."

그래도 우라질 여사는 자신의 분위기에 항상 같이 맞춰주는 큰딸이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웠다  .

" 빨랑 식탁에다 수저좀 놓고 그래 .... 이건 아침인지 점심인지 ...내 팔자야... 식구 때찾아 멕이는것도 ..."

"알았어 ..."

애교는 안다 ,항상 저리 모두에게 소프라노의 우라질 여사만의 독창을 하지만 누구보다도 가정을 사랑하는 엄마라는것을 ...

 

"아니 ..근데 이인간은 어디간겨? ...."

우라질 여사는 지금까지 자는 자식들을 다깨우고는 ,갑자기 생각난듯 남편 육시럴씨를 찾았다 .

"그러게 ....그러고 보니까 아빠가 안보이네? ...."

우라질 여사는 남편의 직장인 집아래층의 동전 빨래방으로 내려갔다 .

'우라질 ..내가 이럴줄알았다니까 ..'

"여봇!...."

아내의 높은 콧소리 소프라노에 오늘도 육시럴씨는 화들짝 놀라며 하던 컴퓨터 고스텁에 창을 닫아 버렸다 .

언제부터인가 혼자 앉아, 오는 손님들에게 동전바꿔주기 ,세탁비누 팔기 .그리고 빨래기계 손보기에 싫증을 느낀 육시럴씨 .

우연히 옆 부동산 임대업씨가 하던 컴퓨터 고스텁을 알게돼 ,아내를 졸라 컴퓨터를 할부로 하나사 빨래방에 설치해 놓고 밤새는줄 모르고 있는 육시럴씨 .

지방대학을나와 작은 전기부품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다니다 ,주변머리 없는 그의 실적에 IMF에 짤려, 그래도 지방에 있는 부모님이 주신 땅 팔아 시작한 동전 빨래방 주인  육시럴씨 ......중년 47세 .

"이양반이 증말 ....."

우라질 여사는 기가찼다 .

"당신 또 밤샌거야?...."

"........아니야 ..밤은 안새고 새벽 다섯시에 내려 왔는데 ...."

아내의 추궁에 쥐구멍 들어가는 모기소리만큼이나 작은소리로 자신을 변명했다 ..

" 자~~알하네 ..증말 ....돈 버는데 좀 그렇게 해보지 ....내가 못살어 ...못살어 ..빨리 올라와서 아침 먹어욧!..."

육시럴씨는 죄지은 아이마냥 속으로 '육시럴'을 외치며 아내의 뒤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왔다.

따라올라오는 남편을 뒤로하며 우라질여사는 속으로 '우라질.. 우라질 내팔자야'를 되뇌였다 .

세상에 뭔 불만이  그리 많은지 항상 우라질을 외치며 하루하루를 사는  우라질여사.

같은 대학 일학년에 첫미팅으로 알게됀 육시럴씨 . 처음 만난 그날 한잔의 소주로 인생이 바뀐 여자 .그것이 우라질 여사는 자신의 팔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대학 마칠때까지 한남자만 바라보고 기다리다 육시럴씨의 방위병 까지 기다리고 가정을 꾸린여자  우라질여사 .....중년 47세.

 

그들의 일요일 아침은  이렇게 밝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