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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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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느껴보고 싶어.


BY 꿈을 이루다. 2008-11-18

순남에 숨결에 뜨겁게 타오르던 때가 세나에게도 있었다.

오르가즘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의 손길만으로도

온몸이 달아오르던 때가...

하지만... 그런 사실조차 아주 오래된 옛날 얘기처럼, 아니

어쩌면 생소하기까지 할 정도로 진작부터 거리감을 두고

이별을 준비했던 그녀... 그 이별을 염두하며 위태롭게

이어오던 결혼이란 올가미 속에 어쩌다 한번씩 행해지는

형식적인 섹스를 벌일 때마다 ‘빨리... 끝내’를 염불하며

부끄럼도 없이 벌려주던 다리였다.

그런 관계 속에 애무 따윈 번거로운 절차였고 의미 없는

행위였다.

그만큼 멀리 온 둘의 관계가 하루만에 달라질 순 없는 일.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짐한 마음이었지만 사라진 색욕이

거짓말처럼 생겨날 순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거친 숨결로

온몸을 쓸고 있는 남편의 욕정을 봐서라도 신기루같은 착각

속에 잠시라도 옛날의 감정이 살아나길 바라며 밀치면 다시

파고드는 남편을 남자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아....하아...”

귓가를 적시는 숨결이 뜨거웠다. 하나 걸치고 있던 팬티를

벗어 내린 순남이

번데기 속에서 껍질을 벗고 나오지 못하는 성체를 돕기라도 하듯

순남이 세나의 얇디얇은 잠옷을 벗겨 올렸다. 나머지도 하나씩...

깨질 유리라도 다르듯 하던 때가 있었을까, 언제나처럼 거칠고

급한 손길로 한꺼풀 벗겨질 때마다 통증이 일었다.

꿈결 속에 행한 일은 아닌 듯 어슴푸레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으로

보이는 남편의 두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엎드려...봐...”

“싫어. 그냥 해. 피곤해.”

세나의 말 따윈 상관없이 손가락의 힘을 실은 손아귀가 세나의

몸을 손쉽게 돌려서 들어올렸다. 이성을 잃은 듯 달아오른 남자에게

아이들의 존재조차 까맣게 잊혀진듯했다. 문 쪽을 긴장하며 바라보는

것은 세나뿐이었다. 길가에 발정 난 개들의 행위의 모습으로 열리지 않은 질을

공격당하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세나의 뒤를 개의치 않고 잔뜩 성이 나버린

순남의 남성이 왕래를 서슴치 않았다.

.

.

.

욕구불만을 해소한 얼굴로 조금은 가벼운 얼굴로 출근한 남편을

세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가벼운 얼굴로 맞이할 순 없었다.

오히려 더욱 비참한 마음이 되어버린 마음은 자신이 길가의 창녀같은

마음이었다. 성난 무기를 힘겹게 받아들인 질구의 통증으로 볼일 보기도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

노인과의 약속을 생각하며 세나는 길을 나서기 전에 따뜻한 커피를

보온 물병에 담아놓고 유부초밥과 샌드위치 몇 조각을 도시락 통에

담아서 자전거에 올랐다.

노인과 딱히 정한 시간은 없었지만 비슷한 시간을 염두하고 나선

곳, 그 자리에 앉아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삶이 부질없고 재미없음을 누굴 탓해야 하나로 시작된 화두의 답을

내리지 못하고 습한 바닥을 작은 나뭇가지 하나 들어서 낙서처럼

끄적이며 노인을 기다렸다. 우연찮은 첫 만남과 따스한 노인의 배려에

두 번째 만남까지 오게 되었지만 어쩌면 삶을 의미 없이 보내고만

있는 자신 같아서 한심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기...혹시 명석이 어머님 되세요?”

공명소리가 남다른 남자 목소리가 아들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깜짝 놀라며 세나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네?! 네... 그런데...누구...세요?...”

훤칠한 키에 가슴 한쪽에 나이키 로고가 수놓인 곤색 추리닝을

입은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

“아, 맞구나. 제가 좀 일찍 나온 것 같아서 산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계셨네요. 어제 저희 할머니랑 만나셨고 오늘 또 만나기로

하셨다고 못나오게 되신 할머니께서 저보고 기다리실지도 모른다며

말씀 좀 전해달라는 분부를  내리셔서 제가 대신 나오게 되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분의 손자 엄 태육이라고 합니다.“

모자를 살짝 눌러 썼지만 쌍까풀 없는 서글서글한 눈에 살짝 수염이 돋아

난 얼굴로도 깔끔해 보일 수도 있구나, 그 남자를 보며 세나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