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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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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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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 운전수


BY 헬레네 2008-12-22

비열하고  , 교활하고 , 간악한 인간의 표본인 그놈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불러서 부엌 창문에 견고한 잠금 장치를 했고 그후에도 몇번을

더 찿아와서 내마누라 내가 찿으러 왔다는 참으로 유아적이고 설득력

없는 말들을 지껄여 대며 창문을 두들기고 소리를 질러대는 등의 지랄을

떨었고 그때마다 나는 챙피를 무릎쓰고 신고했고 뭇사람의 쪽팔림을 당해야 했다 .

 

이사를 갈까도 했었지만 어차피 어디를 간다해도 마찬가지의 창피를 당할것이니

그것도 별의미가 없었다 .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는 극약처방으로 내가 같이 살아줄지도 모른다는 계산이

효과없이 끝나버리자 이젠 아예 사람이 아니었다 .

 

아이를 데리고 오는것은 이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

만일 데리고 온다해도 아일 핑게로 찿아올것이고 아이가 보는앞에서 번번이

경찰에게 신고를 하고 수갑을 차고 끌려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느니 아예

포기하는것이 나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술이 점점 늘어갔다 .

맥주 대여섯병은 마셔야만 취하는것 같았고 취해야만 쓰러져 잠이 들었다 .

잠이 들어서도  쫓기지 않으면 그놈한테 얻어맞는 드러운 꿈을 꾸었다 .

이젠 꿈에까지 나타나는 그놈 , 거머리같고 야차같은 그놈 , 꿈속에조차 나를 놓아주지

않는 그놈 ,  하늘로 솟을수도 땅으로 꺼질수도 없는 나였다 .

 

스스로의 자괴감으로 날마다 술을 마셨고 점점 피폐해져 가던 어느날 ,,,,,,,,

혼자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주방에 앉아있는데 손님이 들어왔다 .

머뭇거리더니 혼자왔는데 , 돈이없는데 외상술을 좀 주겠냐며 물어왔다 .

처음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외상술을 달라고 하는데도 거부감이 없었다 .

그러라며 같이앉아 술을 마셨다 .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처음보는 나에게

자기얘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

 

15세가 되던때부터 중앙시장 배달원으로 , 쌀가게 배달원으로 , 그 이전에는 가평의

산골에서 화전민으로 살며 아버지와 함께 숯을 구웠다는 얘기 육남매의 맏이로  아버지가

21세에 돌아 가셨고 마지막 유언이 동생들 밥굶기지 말라여서 전기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지금까지도 어쩌다 집에가면 드르륵 미닫이 문을 열자마자 놓여있는 쌀독을

습관처럼 열어본다는 얘기, 어려서 부터 운전이 하고 싶어서  엄마가 장에 가는날은

 억지로 따라가 운전수 아저씨 뒤에 바짝 붙어서서 기사 아저씨의 핸들돌리는

동작을 지켜 보노라면 아저씨가 뒤로 가서 자리에 앉으라고 야단을 쳐도 끝까지 서서

지켜보며 이담에 커서 꼭 운전수가 되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꿈을 이루 었노라는

대목에선 하하하 호탕한 웃음이 나왔다 .

꿈을 이루었고 그래서 자기는 성공한 인생이란 얘기를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하고 있었다 .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렇게 ,,,,, 그렇게 살아온것을  스스로

성공이라 자평하는것이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 아니 단순했던것을 내가 순수라고

받아 들였다는게 맞을것이다 .

 

" 참으로 힘들게 사셨군요 ? " 했더니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 무슨말씀을요 나는

복받은 사람이예요 그렇게 고생을 시켰어도 동생들이 누구하나 빗나가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고 내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고 따라오니 나는 복받은

사람이지요 " 한다 . 사람이 저럴수가 있을까 ? 통상 내가본 취객들은 그게 아니였다 .

자기는 착한데 남들이 나쁘고 , 자기는 잘하고 있는데 세상이 잘못되었고 , 정치가가

지도자가 , 누가 , 누가 나쁘다고 하거나 ,배우지 못해서 , 부모복이 없어서 , 운이없어서

자기는 희생양이고 자기는 억울하고 자기는 피해자인양 말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반해

오히려 맏이로서 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고생한것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 자기의 짐을 , 맏이로서의 짐을 술김에 내보일만도 하건만 그걸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것 같았고 마음이 따듯해져서 맥주를 물처럼 마셨다 .

 

기껏 오천원짜리 마른안주에 맥주몇병 , 또는 생맥주 몇잔을 시켜놓고 능글스럽게

위아래를 훓어보거나 , 스스로 대단한 그분인양 거드름을 피우며 하대를 하거나 ,

써비스가 형편없다고 트집을 잡거나 , 억지로 불러내서  한잔마시라며 강요를 하다가

거부하면 대놓고 타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사람은 참 착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마치 오랜지기인양 만취하도록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