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거실에 주저 앉았다.
오늘하루가 마치 10년전 일인듯 까마득히 느껴진다.
불을 켜고 이집에 내가, 아니 우리가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것을 다시 원자리로 돌려 놓기 시작했다.
처음 왔던 그때 그 모습처럼 방석도 삐딱하게 놓고 주방 서랍에 있던 수저도 다시 꺼내 놓았다.
안쓴지 오래된 두벌의 수저...
두벌의 수저..
한벌의 수저주인은 어디있을까?
장농속에 옷도 다시 반쪽에만 용준씨 옷을 걸어 놓았다.
버려도 된다고 허락한 옷들이지만 고이고이 싸두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걸어 놓았다.
우리가 처음 이집에 오던날. 입은옷채로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못했는데.
지금 이집을 나서려 하니 짐이 사람보다 많아졌다.
사람사는데 뭔 짐이 이리 많이 필요할까..
짐의 대부분은 아이들 옷과 동화책, 장난감으로 모두 대성이나 용준씨가 사준것들이다. 받을때는 몰랐는데 모아놓고 보니 제법 많은 양이된다.
마음에서 이들을 버리면 내 마음이 얼마나 남을까!!
모든것이 無인상태..
처음부터 다시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나이와 두 아이란 무게를 안고 처음부터 다시...
뭘해먹고 살아야 하나? 어찌 살아야 하나...
빈주먹으로 아직 어린 두 아이의 바람막이가 되어야 하고 내 삶도 살아야 하는데...
또 다시 결혼?
물음표다.
나는 더이상 실패할 시간이 없다.
여기서 내가 또 실패한다면 그것은 곳 죽음이다.
너무 머리가 복잡하다.
그냥 하나하나씩..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결하자.
당장 이사부터.. 이제 4시간 후면 이집에서 이사를 나가야 하니..
하나부터.. 하나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