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에서 멀어저가는 갤로퍼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뭔가 가슴속이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용준씨의 말...
고맙다고 해야하나.. 기분나쁘다고 해야하나..
아직...
난..
아니 아직이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결혼같은것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생각할수 없다.
결혼 이야기를 하는 순간부터 용준씨가 무서워진다.
처음 그자를 만났을때도 아주 따뜻한 사람인줄 알았었다.
그리고 행복한 핑크빛은 아닐지라도 사람 냄새를 맞으며 살줄 알았다.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그렇게 살줄 알았었다.
그러나..
현관문에 열쇠를 넣는순간..
뭔가 이상하다.
문이 여기 저기 움푹 패인 자국이 있다.
그때 옆집 문이 열린다.
파자마 차림의 아저씨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나오고 그 뒤에 팔장을 낀 아줌마가 보였다.
"이봐요.. 거 뭔일인지는 모르지만 혼자사는 집도 아닌데 좀 조심하고 삽시다."
무슨 말이지?
파자마 차림의 아저씨가 딱딱한 목소리고 인상까지 쓰며 말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지?
"거 행실을 어찌하고 다니는지 내 알바아니지만. 아파트라는 곳은 여러집이 모여사는 곳인데.. 거 좀 조용히 삽시다."
"무슨 말씀이죠?"
정말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두 남녀는 아주 같지 않다는 표정으로 코웃음 까지 쳤다.
"당신 남편이란 자가 오늘 저녁에 당신 잡으로 왔다고 문열으라고 밖에서 한참 난리치고 갔수다. 남편 버리고 외갓남자와 도망나왔으면 조용히 안보이는곳에 숨어살것이지... 한번더 이런일 있으면 경찰에 신고할테니 "
꽝...
묻이 닫혔다.
남편?
외갓남자?
헉..
아이들...
사랑이 소망이...
다행히 아이들은 오늘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데리고 주무신다고 했느데..
시계를 보니 11시다.
전화해도 될까?
너무 늦은거 아닌가?
그래도..
혹시 거기까지..
설마..
전화기 너머에서 다행이 평온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휴...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섰다.
내일 이사라 여기저기 쌓아놓은 짐 보따리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나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