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이와 사람들은 서울로 향하는 차에서 나에게 열심히 손을 저어주고 있다.
그들이 고마운 것은 맞지만... 고맙지는 않다.
온몸에 더러운 오물을 묻히고 서있는 것 같다. 분명 도와준것은 맞는데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 말할수 없다.
그들을 보내고 원장님과 은빈엄마를 찾아 미안하다 다시한번 고개숙여 사과했다.
나를 안쓰럽게 처다보는 그들의 눈빛에 오히려 더 처절하게 무너진다.
은빈네 아래에 우리집이라 부르던 곳이 있다. 그 집 창문에는 아직 불이 켜지지 않았다.
법정을 나서는 그의 얼굴이 많이 무서웠다. 왜 아직도 난 그를 무서워 하는 걸까?
그에게 복수하려고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에게 심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불꺼진 집을 보면서 나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때 이미 막차가 떠나버렸다. 3시간을 기다려 심야 버스를 타야하지만.. 그렇게 되면 서울가서 지하철이 끈긴다.
지갑을 여기저기 뒤지고 주머니마다 다 뒤져도 택시비는 모자라다.
결국 나는 다시 박용준이란 사람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가? 속초에서 하루 머물까? 하루 재워달라고 하면 재워줄 곳은 있지만...
용준씨가 속초서 일보고 밤에 서울간다고 했는데. 벌써 출발했을까?
휴대폰만 만지작 만지작하고 있는데..터미널 밖에 낮익은 차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힘들게 가래침을 쏟아내는 앤진소리.. 혹시 그 갤로퍼!!
"아직 서울 출발 안하셨네요.."
용준씨가 타란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조수석에 올라타고 있었다. 다소 당황한 듯한 용준씨 표정에 좀 머슥해진다.
"내가 반가운거에요? 이 차가 반가운 거에요? 은수정씨가 이렇게 누구를 반기는 모습 처음이네요. "
사람이 궁하면 뻔뻔해 지는거니까...
용준씨 말에 모른척 다른말로 넘어가 버렸다.
차는 고속도로를 들어서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휴게소로 들어가 버렸다. 차가 출발한지 겨우 30분정도 흘렀을까? 아직 휴게소 쉴 타임은 아닌데..
"여기서 칼국수 먹고 가죠. 먹물 칼국수가 이 휴게서 명물이래요. 이거 먹으려고 일부러 서울서 내려올수 없으니 온김에 먹고 가야죠.."
마침 잘됬다.
오늘 밥을 언제 먹었더라...
위속은 이미 텅빈지 오래고 소리를 지르던 소장도 포기한지 꽤되었는데.. 잘됬다...
새까만 칼국숙에 커피 한잔...
그때 아주머니 서너명이 용준씨에게 싸인을 권한다.
아!. 이사람 참 연예인이지.. 처음으로 용준씨가 연예인이란 느낌을 받았다. 용준씨에게 싸인을 받고 즐거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들 모습이 스크린 속에 비추어진 영상같이 느껴졌다
"나 이런 사람이에요. 수정씨만 나 연예인 취급안해주지.. 그래도 나름대로 활동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래요.. 누가 뭐래요??
연예인이에요.
그래요.. 연예인..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