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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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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만남


BY 서경옥 2007-09-10

카페에 마주 앉은 우리는 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느낌으로 친구가 많이 말랐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3년전보다 더 어두워져 있었고, 웃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잘 지냈지? 종종 니 글 봤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말이 없자. 영서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왠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처럼 보였다. 나는 영서의 말을 끊으며

 

"말랐다. 너...."

 

했다. 나의 말에 영서는 두 눈이 불큰해졌다. 그러면서도 내가 불큰한 눈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고 차를 마시는 척 했다. 그런 영서의 손짓을 느끼지 못할 내가 아니었지만, 왠지 따져 묻지 못하고 말았다. 그저 느낌으로 큰일이 있었음을 예감할 뿐이었다.

 

"너.... 무슨 일 있는거야?"

 

내 말에 영서는 나즉이 웃었다.

 

"일은 무슨... 그저 보러 왔어, 여행을 떠난 참이었거든."

 

"여행?"

 

"응. 좀 멀리 가려고...."

 

"... 그 사람이랑 가는 거야?"

 

내 말에 영서는 잠시 숨을 멈추는 것 같았다. 분명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었다.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온갖 수모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고, 그러니 상관말라고 싸움까지 했었다. 3년의 의절동안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직감했지만 난 잠시 비겁해져 있었다. 상관하고 싶지 않았서라기보다. 어렵게 찾아온 친구를 다시 내모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했을 뿐이었다.

 

"... 아니, 혼자.... "

 

영서는 그렇게 떠났다. 서늘한 웃음떄문에 난 그 애를 보내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왠지 그 서늘함이 마음에 남아 두고 두고 후회가 되었다.

 

영서가 떠나고 수 주일이 지난 다음, 그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가 사랑한 사람, 목숨처럼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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