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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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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질투[계속]-


BY 선유 2010-07-14

   승민은 정옥을 만나면서 부터 모든생활이 즐겁고 활기차게 느껴졌다.

정옥은 늘 예쁜 편지지에 아름다운 시와 수필등을 적어서 쉬는 시간에

승민에게 건네주었다.   정옥은 특히 워즈워드 시인을 좋아하는지

그의 싯구를 많이 적었다.   그리고 다정다감하게 안부를 묻거나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은 비교적 수준이 높았다.   승민 역시 책 읽기를 좋아하여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렇다고 글을 잘 쓰지는 못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윤주가  정옥이가 다녀간 다음부터 또 표정이 좋지 않다.   주절이주절이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는 윤주가 요즘들어 부쩍 말이 없어졌다.   아마도 정옥이가

출범하면서 부터 인것 같다.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없지만,

윤주는 승민과 정옥이의 사이를 질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면 승민이는 편할것 같았다.   승민은  사실 정옥이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주를 멀리 하거나 등한시 한건아니다.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명랑한 윤주를 승민은 아주 좋아한다.  일요일날이나 가끔 쉬는 날이면 둘은 수정호수에 가서

물가에 앉아 맑은 호수를 마냥 바라보거나 호숫가를 산책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물가에 핀 코스모스의 하늘 거리는 모습을 보며 윤주는 그랬다.

 "코스모스 꼿잎를 따서 책갈피에 꽂아 놓고,

한참을 잊었다가 다시 보면 먼곳에 있던 그리운 사람을 다시 보는 듯해서 무척 반갑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었다.  승민은 수정 호수의 맑은 물을 들여다 보며 아무 잎이나 따서 한잎 두잎

물위에 띄었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위를 떠가는 풀잎위에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머,  가을비다!'  승민은 마음으로만 말을했다.

투둑투둑 내리던 비는 어느덧 빗살무뉘가 보일만큼 많은 양의 빗물이 되어 호수로 떨어져 부딫혔다.

물위를 떠다니던 풀잎들은 바람이 섞인 빗물로 인해 소용돌이 치며 버팅기다가 물속에 가라 앉았다. 

이내 다시 떠오름을 반복하고 있었다.  승민은 그 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잠시 동안 내린 비에

옷이 흠뻑젖었다.  승민과 윤주는 타원형으로 생긴 호숫가에 둘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에 그냥 온몸을 맡긴 채 무심히 호숫가에 서있었다.

  비가 많이 오면 승민은 일부러 비를 맞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하수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길엔 발등을 넘을 만큼 많은 물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우산도 쓰지 않고 밑으로 뻗치는 물줄기를 발을 옆으로 돌려막기도 하고 발꿈치를 안으로 모아

흐르는 물줄기를 차단하려 안간힘을 쓰며  그 놀이에 재미를 부치며 시간 가는줄 몰랐다.

 두세대가 사는 단층집 옥상에 가서 노는 것 또한 비오는날에만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놀이였다.

우산 서너개를 펴서 일부러 비가 내리는 곳에 세워놓고 그속에 들어가 앉아서 소꿉놀이를 했다.

검정색 작은 우산속에 둘이 들어가 빗물때문에 바닥에서 궁둥이를 땐 채 무릎을 굽혀 앉는 불편한 자세였지만, 

비좁은 우산속은 너무나 편안하고 아늑한 내 집이 되었다.  그 집속에서 나는 엄마고 때로는 아빠가 되어 서로의 우산속을 오가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놀이는 생각보다 재미있어 나와 내 여동생들 그리고 같이 세들어 사는 그 집 큰언니와 내 또래 그리고 그집 막내까지 모두 그놀이에 참가했다.  찌그러진 숟가락,벽돌가루 ,조약돌 이 모든것은

살림살이가 되어 우리는 빗물에 밥도 짓고 빨래도 하며 실제 엄마처럼 아기처럼 말도하고 행동도 하면서

연극을 했다.

  승민은 비가 내리면 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릴때면 지워지지 않는 이 영상들이

한컷한컷 빗줄기 사이로 섬광처럼 번뜩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빗줄기 속에서 외마디 소리도 내지 않고 서있던 윤주는 갑자기 울먹 거리는 둣 했다. 

빗물때문에 눈물은 씻겨나갔지만 눈동자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윤주는 승민이가 정옥이와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이 싫다고 했다.  자신도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승민이 자신과

자꾸 멀어지는것 같고 또 그것을 생각하면,  자꾸만 화가 나 견딜 수 없다고..

 승민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사실 난감했다.  윤주역시 숙자와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승민은 오히려 자신이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자리도 피해주고 혼자 있을때가 많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정옥이와 가까와 졌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윤주는 승민에게 화를 내고 있지 않은가?  생각

해보면 오히려 화를 낼 사람은 윤주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윤주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며 또 왜 이렇게 울기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윤주와 실갱이를 하는 잠깐사이에 비는 그쳤다.   윤주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을 한 것이 창피했는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재빨리 눈물을 훔치고 웃음띤 얼굴로 승민을 쳐다 보았다.  윤주는 비때문에 갑자기 너무 감성적이

되었던 것일까?  윤주는 저만 쳐다 봐 달라고 보채는 어린아이 같다.  윤주의 시선을 외면한 채 승민은 아직도

호숫가를 떠다니는 풀잎을 마냥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