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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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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3]- 숙자-


BY 선유 2010-07-01

                                                             짝사랑[3]-숙자-

 

 숙자는 승민이가 알고 있는 친구중에 키가 가장 큰 아이이다.

 

큰 직사각형 모양의 널판지 네 귀퉁이에 긴 다리를 붙인(일명 `다이`라고 불림)작업대엔

 

20개 정도의 의자가 놓여있다.  학생들은 모두 고1학년 신입생들이고 나이는 많으면 세 살 정도

 

차이가 나는 또래들이다.   

 

숙자는 승민보다  두 살 위인데다 키도 170센티미터가 넘는다.

 

완성반의 첫번째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핑 (털이 달린 원단을 동물 모양으로 마름질 한 후 재봉질해서 뒤

 

집은 뒤 속에 솜을 넣는 과정) 을 하는 숙자는 옆에 나란히 앉아 같은 일을 하는 소영이와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조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인형틀속에 기계로 채운 솜뭉치를 부드럽게 펴주는 힘이드는 공정이라

 

아이들은 스타핑 공정이 여러공정중에 가장 보잘것 없는 것으로 여겼다.   반대로 조장 바로 옆에서 검사를

 

하는 아이는 조장의 신임을 받는 대단한 존재로 여겼다.

 

원단 자체에 털이 많은데다 속에 솜까지 있어 작업장안은 늘 흰 먼지가 날렸다.

 

 "소영아, 어제 타자숙제 했니?"

 

하고 두차례 소영에게 물었다. 

 

인형에 솜을 채우기 위해 남겨둔 구멍을 꿰매는 승민은 숙자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소영을 흘끔 쳐다보았다.

 

소영은 매우 긴 드라이버로 포니(머리쪽에 긴 털이 달린 말)의 다리를 헤집는데

 

힘이든 모양이다.  인상을 찌그리며,  드라이버로 쑤시는 폼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난, 타자숙제 했는데,  너 못했니?"

 

숙자는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승민아, 넌?"

 

승민은 조장역시 숙자가 하는 일이 힘든 공정이라 생각하는지 계속 떠드는 숙자를 가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더군다나 같이 떠들다 걸리면 의례 야단을 맞는 것은 승민이었다.

 

승민은 숙자에게 눈짓으로 했다는 사인을 보내고 일에 열중하려 했다.

 

 "김숙자~ "

 

경상도 사투리의 말투는 분명 송과장이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송과장은 승민의 뒤에서 숙자의 수다를 다 듣고 있었던 듯 하다.

 

 "니,  참!  수다스럽데이~"

 

 "일하믄서 그레 떠들면 되나~"

 

송과장은 박스를 붙일때 쓰는 테이프를 잘라 숙자의 입에 붙였다.

 

아이들은  낄낄거리며 웃기시작했다.

 

그러나, 숙자는 쌍거풀이 깊게 진 커다란 눈에서 눈물방울을 떨구었다.

 

송과장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인지 테이프를 떼지 말라고 명령했다.

 

아이들은 그런 숙자의 모습을 보고 미안한 생각에서인지 이내 웃음을 그쳤지만,

 

숙자는 일을 마칠때까지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